국내 C형간염 치료의 새 지평을 연 경구용 DAA(direct acting antivirals, 바이러스에 직접 작용하는 항바이러스제) 제제 사이에 세대교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 최초 DAA제제 '닥순요법'과 '비키라/엑스비라', '제파티어'의 시장철수에 이어, '하보니'까지 국내 공급을 중단키로 하면서 신약 중심의 치료 패러다임으로 변화될 조짐이다.
길리어드사이언스 코리아는 지난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C형간염 치료제 '하보니정'을 12월 20일자로 국내 공급을 중단한다고 보고했다.
이는 대체약품 출시로 인한 수요 감소 때문이다. 회사 측은 현재 유럽 및 미국 간학회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고 있는 범유전자형 DAA제제 '엡클루사'와 '마비렛'이 정상적으로 유통되고 있어, 하보니 공급중단으로 인한 환자에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C형간염 치료는 인터페론과 리바비린 등이 사용됐으나 바이러스에 직접 작용하지 않아 완치율이 60%대 정도로 낮았다. 2015년 등장한 첫 DDA 제제 BMS의 다클린자+순베프라 병용요법은 완치율을 90%대까지 끌어올리며 C형간염 완치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이후 길리어드의 소발디, 하보니, MSD의 제파티어, 애브비의 비키라/엑스비라, 마비렛, 길리어드의 엡클루사, 보세비 등 환자의 편의성을 개선한 신약들이 계속 나오면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단연 '닥순요법'이다. 전성기 한때 원외처방액 460억원에 달했던 닥순요법은 RAS(Resistance-associated substitution) 검사를 해야 하고 치료기간이 24주인 반면, 후속 약물들이 12주 또는 8주로 대폭 줄면서 내리막길을 타다 2021년 3월 자진취하했다.
이에 앞서 비키라/액스비라는 2019년 8월 30일자로 국내 공급을 중단했다. 애브비가 2018년 1월 신약인 마비렛을 허가받고 후속약물로 대체하기 위한 것이었다.
길리어드의 이번 하보니 공급중단 또한 엡클루사·보세비 등 신약으로 스위칭하기 위한 전략으로 판단된다. 길리어드는 지난해 11월 차세대 C형간염 치료제로 엡클루사와 보세비를 발매한 바 있다.
MSD의 제파티어는 닥순요법 보다 높은 효과와 복용 편의성에도 불구하고, 하보니의 선전과 마비렛의 등장으로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지난해 7월 자진취하를 택했다.
이와 함께 C형간염 치료제 시장도 축소됐다. 2017년 유비스트 기준 962억원에 달했던 처방액은 약가인하와 높은 완치율로 환자 수가 줄어들면서 2018년 453억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이후로도 꾸준히 감소해 2023년에는 전년 383억원 대비 25.3% 감소한 286억원을 기록했다.
5년 전보다 3분의 1 정도로 줄어든 시장에서 편리성과 적응증을 무기로 전쟁 중인 신약들 속에서, 현재 남아 있는 기존 DDA 제제는 소발디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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