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과 정국이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내년도 요양급여비용을 결정하는 수가협상 시기가 다가왔다.
매년 5월이면 내년도 요양급여비용 인상폭을 결정하는 수가협상 준비로 보건의료계가 분주했지만, 최근 몇 년간은 다른 이슈로 예전과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2023년 수가협상 당시는 간호법 이슈로 인해 의료계가 분열됐었고, 지난해는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추진에 따라 의료계와 정부가 갈증을 빚는 상황에서 협상이 난항으로 빠졌다.
올해 역시 보건의료계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의대정원 증원 이슈로 시작된 갈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내달에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으로 불안정한 시국은 수가협상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급자단체들은 지속적으로 '깜깜히 협상', '재정소위 밴드 결정 통보' 등 협상 과정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있지만 개선될지도 의문이다.
지난해 처음 도입된 '환산지수 차등 적용'은 올해도 적용될 예정으로 진료비 상승률이 큰 의원 급은 이미 '암울'한 분위기인 반면 병원 유형은 의정사태로 상급종합의 진료비 규모가 하락한 만큼 협상 결과가 긍정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급자단체들의 불만을 샀던 '환산지수 쪼개기'가 올해도 반복될지, 보건의료계와 공단간의 수가협상이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단체장들은 오는 5월 9일 오전 11시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관련 의약단체장 간담회'를 시작으로 내년도 수가협상 대장정을 시작한다.
이후 1차 수가협상은 ▲15일 13시 의사협회 ▲15시 한의사협회 ▲17시 치과협회 ▲16일 13시 조산사협회 ▲15시 병원협회 ▲17시 약사회로 진행될 예정이다. 2차 수가협상은 22~23일 진행될 계획이다.
건보공단, 의약단체장 첫 상견례···윈윈할 방법 찾자
내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단체들의 첫 만남을 가진 가운데 공급자단체 측은 어려운 의료 현실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으며, 공단 측은 서로 윈윈 할 수 있도록 넓은 이해로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정기석)은 9일 서울가든호텔에서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의 성공적인 체결을 위한 의약단체장들과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대한병원협회장, 대한의사협회장, 대한치과의사협회장, 대한한의사협회장, 대한약사회장, 대한조산협회장 등 6개 의약단체장이 참석했다.
먼저 정기석 공단 이사장은 "보험재정은 유례없이 어려운 상황으로 경기침체와 관세갈등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해있다"면서 "의료계는 동일 진단에도 고가항목에 대한 진료비가 증가하고 있고, 비상진료체계 필수진료로 대규모 건보재정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여건속에서 건보재정의 안정적인 재정 운영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공단은 적정진료추진단을 통해 국민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재정의 엄중함을 요구한 것도 수가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기위함이다. 의료 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합당한 대가가 이뤄지게 할 것이다. 의료계의 요구사항들을 경청하고 제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 서로 윈윈 할수있도록 넓은 이해로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은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은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붕괴의 주요원인이었던 저수가체계를 벗어나는 시작점이 되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 회장은 "지난 20여년 동안 공단과 의약단체는 요양급여비용 계약 제도의 구조적인 한계와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많은 의견을 나누어 왔지만, 아직 의료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안타까움을 느낀다"면서 "지난해 상급종합병원의 환자와 수익은 감소했고, 이를 보전하기 위해 비상진료 지원대책을 추진하며 수가인상 등 여러 지원책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이 사용되었으며 금번 요양급여비용 계약도 손실 보전을 위해 건강보험 재정이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병원과 의원의 수가가 역전되었다고 주장하며 올해 요양급여비용 계약에서도 환산지수 차등적용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며 "그동안 의료계는 초지일관한 저수가 정책 아래에서 강화되는 규제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해왔다. 원가에도 못미치는 수가 현실화 약속이 지켜지지 못한 시점에서 더 이상 보상체계 왜곡이 심화되기 전에, 수가협상에서 만큼은 조금이나마 수가 정상화를 위한 재정적인 지원과 정책적인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피력했다.
대한병원협회 이성규 회장도 병원계의 어려움을 전달하며 공단의 가감한 재정 투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피력했다.
이성규 회장은 "수가협상을 앞둔 병원계는 불안한 여건으로 무거운 마음으로 왔다"며 "지난해 의대정원으로 시작된 장기화된 의정갈등은 지난 4월에도 전공의 복귀로 이어지지 못했다. 1년이상 이어진 전공의 미복귀로 환자와 병원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직역간 업무 분담과 업무부담 증가, 인건비 등 경영 악화로 이어진 상황에서 수가구조 등 종합병원의 포괄적인 변화를 정부는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의 병원 구조적인 기능 변화를 이어가고 있어 병원들의 불안감은 깊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공단은 매년 수가협상에 임하며 재정 여건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를 들어왔다. 하지만 30조원의 누적흑자가 있다"며 "필요한 재정을 가감하게 투입해야 한다. 가입자와 공급자단체가 같은 방향으로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박태근 회장은 "각 직역이 처한 상황은 달라도 국민들에게 안전한 의료를 전달하자는 목표는 같을 것"이라며 "정부가 저수가를 벗어나고 적정수가 체계로 가기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치과계는 여전히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대형 치과의 확산과 과대광고, 덤핑치과 등 어려움 속에서 동내 치과들의 생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치과계는 적정진료를 근간으로 자정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정부가 치과계 필수의료 영역에도 투자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한의계와 약사계도 같은 어려움을 전하며 정부의 노력을 기대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윤성찬 회장은 "지난해 간담회에서 한의원과 한방병원도 분리해서 수가협상을 요청했는데 의료대란 사태등으로 올해도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전하며 "각종 자료를 살펴보면 한의원과 한방병원이 분리되어서 사용되는데 수가협상에서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맞춤형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윤 회장은 "최근 5개년동안 전체 유형 대비 한의유형만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며 "건강보험 보장률에서 전체 보장률에서 낮은 59.2%이다. 환자들에게 한의원은 높은 벽으로 보인다. 공단과 한의계가 수가협상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단계적으로 수가보장률을 단계별로 해마다 높여나간다는 목표를 가지면 전체 보장률에 준하는 보장률로 올릴수 있다"고 제안했다.
대한약사협회 권영희 회장은 "첫 수가협상으로 약사회원들이 겪는 어려움을 알아 책임감을 가지고 참석했다"고 인사를 전하며 "대선을 앞두고 있어 시기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상황에 협상이라 합리적이고 공정한 협상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약국도 위기상황속에서 고통을 고수란히 감내하고 있다. 의약품 품절문제 등 약국의 기능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경영의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며 "품절약에 대비해 미리 확보해야하는 의약품 비용을 약국이 떠안고 있다. 경영이 악화되고 파산지경이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그는 "이제는 수가협상이 단순한 예산 분배가 아닌 약료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투자라는 생각이 든다"며 "공급자와 가입자의 두 축이 합리적으로 움직이
의원 유형, 환산지수 차등적용 대응방법 있나?
‘불공정·깜깜이 협상’에 ‘환산지수 차등적용’까지 공급자단체들이 올해 넘어야할 산들이다.
앞서 지난 3월 22일 대한개원의협의회는 '2026년 수가협상 공청회'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 박근태 개원의협 회장은 "지난해 수가협상에서 공단은 일방적으로 병·의원 행위 유형별 환자지수 차등 적용을 결정했다"고 지적하며 "이는 결국 수가 인상분이 환산지수, 초·재진료로 쪼개 적용되어 현행 수가 제도를 더욱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건보공단은 환산지수 차등 적용으로 저평가된 의료 분야 수가를 상향해 수가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지만, 공급자단체측은 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환산지수 차등 적용으로 인한 금액은 상급병원 구조전환 지원 사업 및 부족한 재정을 메꾸는 데 투입될 뿐, 1차 의료기관인 의원 급은 상황이 더욱 어렵게 처할 것이라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는 것.
또한 공급자단체는 지속적으로 건보공단 재정위 참여와 밴딩 규모 및 결정 근거에 대한 근거를 요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수가계약제 취지를 살려 국민건강보험법 개정 및 공단 재정운영위원회 구성과 권한 등을 개정하고 관련 위원회 정비를 촉구하고 있다.
협상 결렬시 패널티를 부여한 인상률을 건정심에서 의결하는 방식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의협은 환산지수 외 상대가치점수 변경에 대한 사항 고려, 1단계 전체 추가소요재정분 계약 후 2단계 유형별 환산지수 계약 등 다양한 제도 개선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한편 건보공단 측은 법적 권한내 역할을 수행하고 재정위 의견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을 강조할 뿐이다.
또한 공단측은 의원급의 경우 환산지수 인상분 대비 실제 진료비 인상분이 월등이 큰 만큼 개정부담과 국민 보험료 인상 우려로 인상률 제한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유지하고 있어 협상 난항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SGR모형에 대한 지적은 받아들여 새로운 모형 개발을 추진중이며, 올해는 SGR개선 모형, GDP증가율 모형, MEI증가율 모형, GDP-MEI연계 모형 등 개선모형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올해는 진료비 인상에서 상대가치 변화를 최대한 제외하고, 순수 급여 진료량만으로 계산하려고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어 협상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지난해 수가협상에 따른 2025년도 요양급여비용 총 인상액은 1조 2708억원으로 전년 대비 1.98% 증가했다.
환잔지수 차등 적용으로 병원급은 1.2% 인상됐지만, 수술.처치, 마취료, 야간.공휴일 가산 확대 등을 적용받았고, 의원급의 경운 0.5% 인상에 초진과 재진 진찰료가 4% 인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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