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수가협상이 D-day를 맞았다.
매년 수가협상 과정은 난항을 거쳐 아쉬움을 남기고 끝났지만 올해는 의정 갈등 및 의협의 강경대치 등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역대급 난항이 예상된다.
내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을 위한 최종 시한인 5월 31일까지 공단과 공급자단체들은 최종 협상을 마쳐야 하는 만큼, 실제 협상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지난해부터 도입된 재정소위와 건보공단, 공급자단체 3자 소통간담회는 성과 없이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졌으며, 매년 되풀이되는 수가협상의 구조적 문제 지적에 대해 공단 측도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공급자단체, 진정한 의료개혁은 파격적 밴딩 규모
그동안 의료계는 공급자가 배제된 재정운영위원회 구성, 밴딩 규모 공유, SGR 모형의 한계, 협상결렬시 별도의 조정기구 설치 등 수가협상제도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하며, 국고지원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공급자단체들은 진정한 의료개혁을 위해서는 예년과 다른 밴딩 규모의 파격적인 상향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공단의 흑자 재정을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지난 28일 3자 소통간담회를 마친 의협 최성호 단장은 "현재 건보공단의 재정은 3년 연속 흑자, 누적적립금이 28조에 이르는 상황으로 재정여력이 있을 때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따른 재정 10조를 수가 인상을 위한 밴드에 투입해야 한다"면서 "원가부터 보전되는 수준의 수가 조정이 필요하다. 2025년도 환산지수 10%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필수의료가 기피되는 건 위험에 비해 돌아오는 보상이 적기 때문"이라며 "의료사고 소송 비율이 일본 수준으로만 낮춰질 수 있다면 대한민국의 어떤 의사들도 파업이나 시위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건보공단 측은 이미 수가협상 시작과 동시에 "공단의 중장기 재정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 올해 수가협상이 그 어느때 보다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히며 수동적인 자세를 취했다.
지난 16일 진행된 첫 상견례 자리에서 김남훈 급여상이사는 "건보 종합계획은 사실상 수가협상의 가이드 역할을 하게 된다. 저출산, 고령화문제 등 저성장 기조로 보험료 수입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면서 "필수의료정책에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어 급여 및 지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 된다"고 전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수가협상 선결조건을 내세우며 미 수용시 협상 참여 불가입장을 유지했지만, 결국 오늘(31일) 최종 협상에 참여키로 했다.
최성호 단장은 "올해는 이미 수가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으로 현실적 수가협상 구조에 변화를 주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며 "내년부터는 5개 공급자단체가 미리 만나 밴딩 규모를 정해 공단과 협상을 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모두 결렬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일 것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최근 4년간의 수가협상을 살펴보면 코로나19가 시작된 직후 진행된 2021년 수가협상에서는 전년보다 더 감소한 밴딩을 제시받아 결국 의협, 병협, 치협 3개 유형이 최종 결렬을 선언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후 2022년도 수가협상은 병협과 치협이 협상 결렬을 선언하며 2년 연속 건정심 행을 택했고, 2023년에는 의원급과 한의협이 결렬을 선언, 2024년 의원급과 약국이 결렬되고 건정심으로 갔다.
의원급을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의 경우 2022년에 4년만에 협상에 성공했지만 2023년, 2024년 다시 결렬을 선언하고 협상 대표 자격도 대한개원의협의회가 반납함에 따라 지난해부터 다시 의사협회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유형별 인상률은 병원 1.6%, 치과 3.2%, 한방 3.6%로 협상을 완료했고, 의원과 약국의 경우 최종 제시 인상률은 각각 1.6%, 1.7%가 제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추가재정소요액(밴드)는 1조 1975억원으로 전년대비 1127억원이 증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