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이 수가협상에 적용할 '환산지수 연구'에 착수한 가운데 환산지수 개편으로 매년 되풀이되는 수가협상 갈등을 끊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환산지수는 상대가치점수에 곱해 최종 진료수가를 산출하는 기준으로 진료수가를 결정하는 핵심 지표다. 그러나 어떤 모형으로 지수를 산출하느냐에 따라 협상 결과가 달라지는 까닭에, 수년간 의료계와 가입자 간 극명한 이해 대립으로 갈등을 빚어왔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SGR(지속성장률) 모형 ▲GDP 연계 모형 ▲MEI(의료경제지표) 모형 등이 혼용돼왔다.
SGR 모형의 경우 보험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우선시하는 구조로 의료계는 "재정 논리에 갇혀 원가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반발해왔으며, GDP 연계 모형은 국민 소득 증가율을 고려해 수가를 조정하는 방식이지만, 경제 상황에 따라 급격히 변동할 수 있다는 취약점이 있다.
MEI 모형은 인건비·의료물가 등 투입 비용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현실성을 갖췄지만, 객관적 통계 확보와 합의가 어렵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이 때문에 의료계는 "학술적 분석은 많았지만 실제 협상 구조나 원가 보상 체계에는 변화를 주지 못했다"는 불만을 제기해왔다.
"차별성 없다면, 또다시 반복될 갈등"
최근 건강보험공단이 발주한 '2027년도 환산지수 연구 및 중장기적 개편방향 검토' 연구는 단순한 모형 산출을 넘어 구조 개편을 목표로 설정해 주목된다.
연구 범위에는 ▲SGR·GDP·MEI 모형의 비교분석 ▲요양기관 유형별 진료비 증가 요인 검토 ▲상대가치 개편과 연계한 환산지수 조정 ▲해외 지불제도와의 비교 연구 등이 포함됐다.
특히 '필수의료 보상 강화' 및 '지불제도 다변화'를 연구 목표에 포함해 단순히 인상률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분야에 얼마만큼 차등 보상할지까지 모형 설계에 반영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과거 협상 결과를 보면 환산지수 인상률은 2021년 1.99% → 2022년 2.09% → 2023년 1.6% → 2024년 1.9% → 2025년 2.0% 내외로 집계됐다. 협상 과정에서 의료계와 가입자단체 간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렸고, 일부 유형은 협상 결렬 후 건정심이 최종 확정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가입자단체는 매번 "보험재정 악화와 고령화에 따른 지출 급증 속에서 무리한 인상은 국민 부담으로 직결된다"며 인상 억제를 주장한다. 반면 의료계는 "원가 이하 수가 구조가 필수의료 붕괴를 심화시킨다"며 수가 정상화를 요구해왔다.
또한 의료계는 환산지수 협상 구조 자체에 대한 불신을 거듭 표출해왔다.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은 "수가협상은 재정논리로 짜여 있어 현실 원가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원가 보전율을 높이는 방향의 환산지수 개편이 필요하다"고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는 "대형병원일수록 인건비와 시설비 부담이 크지만, 환산지수는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을 주장한다.
간호계·약사회 등 다른 공급자 단체 역시 "전문인력 확보와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는 현행 환산지수 협상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더불어 실제 수가협상 구조 개편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또 다시 '공단 제시율-공급자단체 반발-건정심 강행'이라는 전형적 갈등 시나리오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의료계 관계자는 "환산지수 협상은 애초에 원가 보상과 동떨어져 있으며, 가입자 중심의 재정논리에 갇혀 있다"며 "원가 반영성을 높이는 환산지수와 수가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협상 결과를 단순 인상률이 아닌 비용-효과 분석과 데이터 기반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면서 "내년도 협상은 국민과 의료계 모두 납득시킬 수 있는 과정을 거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중장기적 개편방향 연구를 통해 수가협상이 단순한 줄다리기에서 벗어나 구조적 해법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