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9일 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단체장들의 수가협상 간담회 모습(사진=이소영 기자)
지난 5월 9일 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단체장들의 수가협상 간담회 모습(사진=이소영 기자)

의료계의 한해 살림을 결정하는 ‘수가협상’ 의약단체별 2차 협상이 22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양측의 입장차가 두드러져 협상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난항을 겪으며 협상 결렬을 선택했던 대한의사협회가 올해 3년 만에 수가협상 상견례에 복귀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해와 같은 결렬을 선택해야하는 순간이 다가오는 분위기다. 

의정갈등으로 인한 지속된 의료대란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의원급 유형의 수가인상률은 최하위 순위를 받을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에 밴드 총액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재정위가 받아들일 지도 미지수다. 

전공의 사태, 의료기관 경영 최악은 사실

실제 전공의 사태는 의료기관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 급여 진료비 총수입은 116조 2509억 원으로 전년 112조 4019억 원 대비 3.4%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5년 동안 코로나19 사태를 제외한 최저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의료기관 생존을 위해 건보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공급자단체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듯하다. 

코로나19로 진료가 급감한 2020년은 0.6%를 기록했고, 그 외 2021년 7.5%, 2022년 9.5%, 2023년 9.7%의 증가율을 유지했다. 

진료비 통계가 최악을 기록한 만큼 파격적인 수가인상에 대한 명분은 생겼지만, 국민들의 주머니사정은 더 악화됐다는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이 협상에 대한 의견을 전하고 있다.(왼쪽 두번째 박근태 단장)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이 협상에 대한 의견을 전하고 있다.(왼쪽 두번째 박근태 단장)

의원급 "1차 의료 활성화위한 예산달라"

지난 22일 오후 국민건강보험공단 스마트워크센터 대회의실에서 대한의사협회를 시작으로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순으로 2차 수가협상을 진행했다. 

의원 유형을 대표하는 박근태 의협 수가협상단장은 "전공의 사태로 상급종합병원의 진료가 위축되어 의원급 협상 상황이 좋지는 않다"고 분위기를 전하며 "1차 의료의 중추인 의원급 수가인상과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피력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박 단장은 SGR 모형에 따르면 인상률 최하위 순위가 예견되는 만큼 총 밴딩 인상과 환산지수 차등 적용(일명 쪼개기) 배제를 요구했다. 

앞서 1차 협상에서 의협 협상단은 의원 유형 5000억원의 추가 재정 확보를 요구한 바 있다. 

박 단장은 "1차 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 예산이 먼저 배정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밴드 폭 대폭 확대가 필요하다. 수가가 올라가지 않으면 일차의료 활성화는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또한 지난해 수가협상부터 적용된 환산지수 차등 적용에 대해 "기형적인 방식"이라며 반대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는 "의협이 2023년 기준 데이터로 자체 분석한 결과 진차료 의존도가 높았던 진료과도 환산지수 차등 적용때는 실질 인상률이 제로 또는 마이너스 결과를 얻었다"며 "초진.재진료가 올라간다해도 환자수가 적은 진료과는 손해를 보게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2차 협상을 진행한 대한한의사협회는 양방과 한의간의 큰 격차를 지적하며 "한의계 생존이 걸렸다. 종별 균형을 맞추어 나가는 협상이 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한의협 수가협상단은 지난해 한의 유형의 진료비 증가는 의료대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하며, 실수진자수는 감소했다고 피력했다. 

유창길 단장은 "한의원은 의원급 유형 중 가장 높은 폐업률에 보장률도 최하위에 있어 급여 진료만으로 운영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한의원 문턱이 높다'는 인식은 실수진자수가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의과의 일부 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보이는 것은 착시효과일 뿐"이라며 "의료대란과 같은 특수 상황과 시범사업 등으로 일시적으로 진료비가 증가한 것으로 보장성 강화에 따라 진료비가 증가한 것은 아니다. 실제 한의의료기관의 경영 상황은 위기에 처해있다"고 전했다. 

한편 23일은 대한약사회, 대한병원협회로 2차 협상이 마무리되며, 26일 2차 재정소위를 통해 추가소요재정 규모가 결정될 예정이다. 30일 3차 재정소위원회 이후 각 유형별 막판 협상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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