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필수의료가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경고가 나온 가운데 현장에서는 의료인력난에 더해 행정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 위기에 빠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필수의료 전문의는 인구 1000명당 1.86명에 달하지만 비수도권은 0.46명에 불과해 격차가 네 배에 이른다.
전공의 1년차 충원율 역시 소아청소년과 26.2%, 흉부외과 38.1%에 그쳤다. 반면 피부과와 안과 등 비필수과는 정원을 100% 충원하며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이러한 상황에 지방 의료현장은 이미 붕괴를 체감하고 있다. 한 지방 응급의료센터 관계자는 “심근경색 환자가 왔지만 흉부외과 전문의가 없어 결국 수도권으로 이송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최근 보건당국이 현지조사 지침을 개정하면서 요양기관과 장기요양기관들은 또 다른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8월부터 현장 점검의 투명성 강화와 적정 청구 관리를 명분으로 현지조사 지침을 개정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안에는 조사 항목과 적용 범위를 확대해 요양기관과 장기요양기관 모두가 새로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또한 부당청구 적발 시 행정처분에 더해 환수·추징 등 비용 부담이 강화됐으며, 자료 제출과 보완 절차가 강화돼 기관은 더 많은 행정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그 외 조사 결과를 중앙 시스템과 연동해 관리하는 방식도 도입돼, 행정기관의 통제는 강화된 반면 의료기관의 부담은 크게 늘어나게 됐다.
이에 지방병원에서는 “의료진도 부족한데 행정 규제와 조사 대응까지 겹치니 진료보다 보고서 작성에 매달리는 상황”이라며 “인력난에 행정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책이 오히려 병원을 위기로 내몰아" 비판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 오히려 현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필수과 전공의 기피와 지역 의료공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행정 규제가 추가되면 병원들은 버틸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병원협회는 보건복지부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현장 의료진의 피로도가 높고, 필수의료에는 제대로 된 보상이 필요하다”며 정부 대책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정숙 의원(국민의힘)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필수의료 붕괴와 의사 인력 부족은 국민의 생명권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정부는 구조적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주영 의원도 “일부 필수 진료과 전공의 복귀율이 극히 낮아 의국이 붕괴 직전에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대한의사협회도 성명을 통해 “필수과 전공의 기피는 열악한 수련환경과 불공정한 보상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지방에 남을 수 있는 실질적 유인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