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가 의료계 정상화의 신호탄이 됐지만 그 과정에서 진료지원간호사(이하 PA)를 둘러싼 새로운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22일 일선 현장에서는 "필요할 때만 쓰고 다시 밀어낸다"는 불만과 함께 PA 고용 불안·역할 중복에 따른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실제 전공의 공백기 동안 PA가 맡아온 업무는 수술 보조, 투약 지시, 진료기록 작성 등 고난도 업무까지 다양했지만 복귀 후 일부 병원은 이미 PA를 원래 부서로 복귀 시키거나 전환 배치하고 있어 반발이 거세다.
반만 전공의들은 "수련권 침해와 현장 혼선이 우련된다"는 불평의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정부가 간호법 하위규칙으로 PA 업무 범위를 확정짓기 전까지 의료현장은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빅5 병원 중심으로 PA 전환배치 본격화
전공의 복귀 이후 주요 상급종합병원에서 PA 재배치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은 이미 일부 PA를 원부서로 복귀시켰고, 서울아산병원도 10월 말 상당수 PA 전환배치를 예고했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전공의가 돌아온 만큼 수련 과정을 다시 본궤도에 올려야 한다"며 "PA가 맡던 일부 업무는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병원 관계자도 "전공의가 돌아오면서 기존 PA들이 하던 업무를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고민이 병원측에서 상당하다"면서 "전공의과 PA들이 마찰이 생길때 해결할 방안 등 병원에서는 최선의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병원 측은 전공의 복귀에 따른 정상화 과정이라고 설명하지만, 현장 간호사들은 "수술실 투입, 고난도 처치 등 제대로 된 교육도 없이 전공의 업무를 떠맡았는데 이제는 필요 없다며 내모는 것 아니냐"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 간호사 노조 관계자는 "PA 간호사는 토사구팽당하고 있다"고 직설하기도 했다. 최근 일부 병원에서는 내부 여론전이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PA는 "의사 아이디로 차트 입력·처방을 대신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불법 의료 강요와 책임 전가에 대한 불안을 호소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PA 대량 전환배치가 고용 불안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정규직 고용과 처우 개선 대책을 촉구했다. 전문간호사협회 등 직능단체는 "전공의 복귀 후 일부에서 간호사 흠잡기와 책임 전가 시도가 있다"며 "업무 중복과 불법 의료 논란을 방지할 명확한 기준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병원별 인력 운용 기준도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병원은 단순 복귀조치에만 그치지 않고, 기피부서나 중증환자 전담의 PA는 현장에 계속 활용하고 있어 갈등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전공의와 PA간 업무 조정, 권한 배분, 근무 평가 등 세부 갈등도 새로 등장해 병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역시 현장의 혼선을 지적하고 있다. 앞서 한성존 비대위원장은 "전공의 복귀 2주가 지났지만 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럽다"며 "PA의 역할과 범위가 병원마다 제각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효율만 강조돼 수련의 본질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제도적 뒷받침을 촉구했다.
한편 정부의 제도화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6월 시행된 간호법에 따라 '진료지원업무 규칙'을 올해 하반기 입법예고 후 시행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시범사업에서 제시된 업무항목(드레싱, 피부봉합, 골수천자, 말초동맥관 삽입 등)을 중심으로 45개 안팎으로 범위를 조정하고, 교육·자격 요건도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전공의 복귀로 일단락 위기는 넘겼지만 PA 재배치 논란이 새로 등장한 가운데 환자안전 문제와 직역 갈등을 정부와 병원이 어떻게 풀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