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의료용 마약 오남용 방지를 위한 필요성을 한 목소리로 강조한 가운데, 대안으로 환자의 투약내역 확인제도의 확대를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마약류대책협의회가 컨크롤타워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보건복지부와 식약처의 업무가 중복되면서,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 10일 식약처 국감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민들은 우리 대한민국을 마약 청정국으로 알고 있지만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면서 "미국 좀비랜드라고 불리는 필라델피아 컨싱턴 거리에서 주로 사용하는 마약 60% 이상이 펜타닐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지난 6월 14일부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펜타닐 성분은 의사·치과의사가 처방하기 전에 환자의 투약내역을 의무적으로 확인하는 ‘의료용 마약류 투약내역 확인 제도’를 시행했다.
소 의원은 "대부분 마약 관련 약품들은 병의원을 통해 나온다"며 "프로포폴 같은 경우도 충분히 치료제로 쓸 수 있지만 마약처럼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강화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말씀하신 것처럼 오남용 우려가 없는 경우를 좀 더 명확하고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의원님이 법률개정안을 발의 해주시면 식약처에서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투약내역 확인제도가 펜타닐부터 시작하고 있는데 앞으로 좀 더 대상이 확대될 수 있도록 병원협회, 의사협회 등 의료단체와 합의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전진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마약류 오남용에 대해 질의하며 투약내역 확인제도 확대를 요구했다.
전 의원은 "2023년 1년 동안 마약류 의약품을 가장 많이 처방받은 20명의 처방 형태를 조사해 봤더니 식욕억제제, 수면진정제 중 하나인 졸피뎀, 그리고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져 있는 ADHD 치료제였다"며 "ADHD 치료제는 전체 환자 평균 처방량이 260개다. 그런데 상위 20명 평균 처방량은 5658개로 22배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가장 많은 병원을 돌아다닌 상위 5명 중 첫번째 환자는 34개 병원에서 465번에 걸쳐서 1만 1207개의 졸피뎀을 처방받았고, 두 번째 환자는 32개 병원에서 139번에 걸쳐서 3619개의 졸피뎀을 처방받았다.
전 의원은 "마약류를 처방하는 의사가 환자의 과거 이력을 확인하는 시스템 구축은 굉장히 중요하다. ADHD, 졸피뎀, 식욕억제제 성분 마약류는 별도 시스템에 접속해서 투약내용을 요청해야만 확인할 수 있다"며 "내년에 계속 투약내용을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문제는 내년 예산에 반영이 안돼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오 처장은 "예산 확보를 위해 도와 달라"고 요청했고, 전 의원은 종합감사 전까지 2025년 소프트웨어 추가 도입에 관련된 구체적인 방안과 소요 예산에 관련해서 별도 보고를 요구했다.
추경호 의원(국민의힘)도 "최근 10년간 청년세대 마약류 1건당 처방량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졸피뎀 등 최면진정제, 그리고 불안재 등에서도 타 연령대에 비해서 연령층이 낮은 경우에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반면 마약 오남용으로 의심돼서 경고를 받은 의사 수를 보면 2023년 대비 2024년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오남용 의심으로 경고를 받은 의사 수는 2022년 4154명, 2023년 5554명에서 2024년에는 1184명으로 급감을 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1차 경고받은 사람을 제외하기 때문이다.
추 의원은 "제외된 사례를 보면 18세 미만에게 처방 금지된 약물인 펜타닐을 만 2세와 만 3세에 처방하거나 1일 10mg 이상 처방된 금지된 약물인 졸피뎀 1일 300mg 이상 처방 사례, 수술 시 마취제로 사용하는 프로포폴을 정신질환자에 처방한 사례도 84건이나 됐다"며 "제도의 원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오 처장은 "지금 오남용 의심 사례들을 보면 조치 기준에 연령 금기와 같은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김미애 의원(국민의힘) 역시 "작년 대치동 일대 학원가를 돌며 마약성분이 든 음료를 학생들에 건넨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ADHD 치료제로 쓰이는 성분과 화학구조가 매우 유사하다고 들었다"며 "최근 5년간 ADHD 치료제 처방현황을 보면 해마다 처방 환자 수가 늘어나고, 특히 올해는 지난 상반기만 해도 10~20대 비중이 21만 2000여명으로 81%나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 처장은 "최근 ADHD 질환 진단기준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ADHD 환자로 진단되지 않았던 환자들이 이제는 진단될 수 있게 됐다"며 "또한 보험급여도 바뀌었고, 최근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접근성도 높아진 것도 영향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무엇보다 의료 쇼핑부터 막아야 한다"며 "현재는 펜타닐만 투약내역 대상으로 지정돼 있는데, 대상 성분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명옥 의원(국민의힘)은 마약류대책협의회가 마약류 관리 기본계획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보건복지부 산하 중독관리통합센터와 식약처 산하 한걸음센터의 역할이 중복되면서 업무의 효율성이나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서 의원은 "전국에 60개가 있는 복지부의 중독관리통합센터 인프라를 활용해 상담이나 안내를 검토해 본적은 있느냐"고 질의했다.
오유경 처장은 "중독통합센터에 오신 분들 중에 마약과 관계된 분들은 식약처 재활센터로 연계해준다. 중독통합센터가 아무래도 알코올 쪽에 좀 더 중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렇지만 환자들이 어디를 오셔도 같이 연계하는 시스템은 잘 운영되고 있다"고 답했다.
서 의원은 "환자 입장에서는 어디로 가야할 지 굉장히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식약처는 마약류 예방 재활분야 질적 향상을 위해 마약류 개발 재활 전문인력 인증제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복지부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현재 시행 중이다. 1년에 4억원 이상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어떤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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