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과 전공의의 단계적 복귀로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의료현장 갈등이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정작 이번 사태의 직접적 피해자인 환자들의 목소리는 정책 논의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환자단체들은 ‘환자기본법’ 등 3대 법안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며 국회와 복지부를 압박하고 있다. 의료계 복귀가 의료 정상화의 출발점일 뿐이라는 인식 속에, 환자 권리 보호와 공공의료 체계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여부가 향후 의료현장 안정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환자단체들은 “복귀는 환자 피해 회복의 시작일 뿐”이라며 환자 권리를 보장하는 입법 없이는 유사한 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공의·의대생 복귀, 의료현장 정상화 '진행형’
지난 7월 12일, 전국 의대생이 전원 복귀를 선언하면서 학사 정상화에 본격 돌입했다. 교육부와 각 대학은 유급 방지, 방학·야간 보충수업, 커리큘럼 조정 등을 통해 학습 공백 해소에 나섰으며, 이는 전공의 복귀 분위기에도 일정 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전공의 복귀는 수도권 주요 병원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는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 유지, 수련 연계 등을 중심으로 복귀 유인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기준 복귀율은 약 10~12% 수준으로 집계된다.
다만 의료현장 일각에서는 “물리적 복귀와 의료시스템 정상화는 별개의 문제”라며, 여전히 수련과 진료가 병행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필수의료 인력 확충 ▲의료사고 부담 완화 등을 포함한 제도 전반의 재정비를 추진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관계 부처 및 국회와 협의해 수가 조정, 전공의법 개정, 보건의료인력법 개정 등을 포함한 종합대책 마련에 나섰다.
의료계는 복귀 자체는 환영하지만 “조건 없는 복귀는 불가능하다”며 입법 과정에서 의료인의 역할과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에 대해서는 집단행동권 제약 소지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환자기본법’ 등 3대 법안, 입법 추진 어디까지 왔나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전공의·의대생 복귀를 환영하면서도, 환자 피해에 대한 사과와 제도적 재발 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환연은 최근 용산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에서 ▲환자기본법 제정 ▲환자정책국 신설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 도입 등을 포함한 5대 요구안을 공식 발표하고 국회와 복지부의 입법 추진을 촉구했다.
환자단체 관계자는 “복귀는 일시적인 안정에 불과하며, 환자 중심 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법적 장치 없이는 이 같은 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2024년 12월 남인순 의원 등 22인이 발의한 환자기본법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환자의 권리·의무 명시, 환자정책위원회 설치, 환자의 날 제정, 통합지원센터 설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복지위 관계자에 따르면 하반기 중 심사 착수 가능성이 높으며 여야 모두 환자 권리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대선 공약 반영 여부에 따라 본회의 통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은 2020년 전공의 파업 이후 최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나 의료계 반발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21대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현재 22대 국회에서는 아직 재발의되지 않았으며, 환자단체는 조속한 재발의를 촉구 중이다.의료계의 우려를 반영해 ‘조정형 법안’으로 방향을 바꿔 하반기 국회 재논의가 유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환자정책국 신설은 복지부 내부에서도 필요성이 공감되고 있는 사안이다. 환자안전과·피해구제과 등의 기능을 통합한 환자정책 전담 조직을 구성하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으며, 이는 정부조직법 개정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
해당 사안은 정부조직법 개정과 맞물려야 하는 만큼 하반기 조직개편 시점에 맞춰 연내 신설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의료계에서는 입법 과정은 의료인의 역할과 권리를 제약하지 않도록 충분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며, 환자단체 측에서는 의정 갈등이 봉합 국면에 접어든 지금이 제도 개선의 적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복귀 이후 진료가 재개될겠지만, 수련과 안전 문제 등 여전히 해결해야될 사안이 많은 상황이다. 입법은 의료인의 역할과 권리를 제약하지 않도록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자단체 관계자는 “복귀는 정상화를 위한 시작일 뿐, 환자 권리 보장과 공공의료 체계 강화를 위한 실질적 제도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에 의료계와 정치권에서도 일부 공감할 것 이다”고 전했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의 환자기본법 심사 일정,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 재발의 시점, 복지부 조직개편 방향이 향후 3대 법안의 입법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