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원이 넘는 ARB(안지오텐신Ⅱ수용체차단제) 계열의 사르탄류 고혈압치료제에 대한 불순물 조사가 시작되면서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2일 이르베사르탄, 로사르탄, 발사르탄 등 3개 성분의 사르탄류 고혈압치료제와 금연치료보조제 '챔픽스' 성분인 바레니클린에 대한 안전성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캐나다 등 해외국가에서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한 불순물 'AZBT'와 'N-nitroso-varenicline'이 검출돼 자진회수가 진행됨에 따라 국내 제품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식약처는 지난 2018년 7월 발사르탄에서 발암가능 물질인 NDMA가 검출되자 해당 제품에 대해 판매중지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듬해 9월 라니티딘 사태 당시에도 불순물 검출로 전 품목이 판매중단됐다.

이번 사르탄류와 바레니클린 제제에서도 불순물이 검출될 경우 후속조치가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발사르탄이나 라니티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시장규모가 크기 때문에 매출 타격도 그 만큼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큐비아 데이터 기준으로 2020년 시장규모는 복합제를 포함해 발사르탄 제제가 2857억원으로 가장 컸고, 로사르탄 2093억원, 이르베사르탄 410억원으로 총 5350억원에 달했다.

발사르탄 시장은 NDMA 검출 전인 2017년 2916억원에서 2018년 3022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이듬해인 2019년 2695억원으로 11% 감소했다.

분기별로 보면 2018년 3분기 863억원으로 최고치를 찍었다가 4분기 628억원으로 급감해 불순물 검출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후 분기 600억원대를 기록하던 발사르탄 시장은 2020년 1분기에야 700억원대를 회복했다.

이에 따라 3개 성분의 고혈압치료제에서 실제로 불순물이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해 검출될 경우 시장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노바티스, 한미약품, 사노피아벤티스 등 대형품목을 보유한 제약사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노바티스는 발사르탄 성분 중 매출이 가장 큰 '엑스포지(성분명 발사르탄+암로디핀)'를 비롯해 100억원 이상 블록버스터를 4개나 보유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엑스포지 714억원, 단일제 '디오반(성분명 발사르탄)' 295억원, 만성심부전치료제 '엔트레스토(성분명 발사르탄+사쿠비트릴)' 217억원, '코디오반(성분명 발사르탄+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 107억원, 코타렉 98억원, 타렉 37억원 등 총 1347억원을 기록했다.

한미약품은 로사르탄 성분을 기반으로 한 '아모잘탄(성분명 로사르탄+암로디핀)' 등 5개 품목이 766억원에 달했다. 아모잘탄이 496억원으로 가장 많고, '아모잘탄플러스(성분명 로사르탄+클로르탈리돈+암로디핀)' 167억원, '아모잘탄큐(성분명 로사르탄+암로디핀+로수바스타틴) 70억원 등이다.

한미약품은 이르베사르탄 성분 '이잘탄'과 복합제 '이잘탄플러스'도 보유하고 있으나, 이들 2개 품목은 3억원 정도로 미미한 편이다.

이르베사르탄 성분 중에서는 사노피아벤티스의 '로벨리토(성분명 이르베사르탄+아토르바스타틴)' 167억원, 단일제인 '아프로벨' 131억원, 이르베사르탄과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를 결합한 '코아프로벨' 65억원으로 3개 품목이 나란히 1~3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나머지 품목은 모두 연매출 10억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바레니클린 성분의 경우 지난해 219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화이자의 '챔픽스'가 207억원으로 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어 국내사의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식약처는 관련 제약사에 자체 시험검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NDMA 등 앞서 검출된 불순물처럼 시험법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여서 자료제출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