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촉발된 수술실 CCTV 설치 논쟁이 여·야의 중재안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는 사생활 침해를 근거로 반대 입장을 유지하며 의료계가 스스로 반성과 자정을 시작했으니 지켜봐달라는 입장이다.
반면 환자단체 측은 수술실 CCTV는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조치로서 꼭 필요하다며 설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지난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수술실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를 골자로 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관련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번 공청회는 수술실 CCTV 의무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의료계, 환자단체, 시민단체 등 관련단체들의 의견을 듣기위해 마련됐다.
수술실 CCTV 설치 논쟁은 지난 2016년 9월 안면윤곽수술을 받은 권대희 씨가 뇌사상태에 빠진 후 49일 만에 사망하는 사건으로 촉발됐다.
이후 병원의 CCTV와 의무기록지를 통해 수술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이 밝혀지면서 일명 권대희법인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주장이 제기됐다.
2019년 5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권대희법을 발의했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결국 폐기됐으며, 2020년 3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수술실 CCTV 설치와 촬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김남국·안규백·신현영 의원이 각각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법안심사소위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 4월 여야는 수술실 입구에 CCTV 설치는 의무화하고, 수술실 안 설치는 자율에 맡기는 중재안을 내놨지만, 사회적 합의가 우선 필요하다는 뜻에 따라 26일 공청회가 열렸다.
양측, 입장차 커···합의 無
공청회에 참석한 의료계와 환자단체 측은 서로 팽팽히 맞서며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의협은 문제가 되는 대리수술 등 발생 건수는 연간 수술 건수와 비교하면 발생률이 0.001%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OECD 국가 내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 된 논의가 없는 것은 법제화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어린이집 내 CCTV 설치 이후에 아동 폭행은 2017년 776건에서 2019년 1371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비추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현재 사회에 알려지고 있는 대리수술, 유령수술 등은 모두 내부 직원의 공익제보로 알려지고 있다”면서 “자정작용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의협 차원에서도 엄중한 처벌 원칙을 세우고 대응할 것이다.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병원협회도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법제화는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수술실 출입 통제 강화 등 시스템을 통한 개선안은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병협은 “극소소의 의료인이 저지른 범죄로 인해 의료계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과 같다”면서 “수술실 입구 설치 등 출입 강화 시스템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환자단체 측은 수술실 내 CCTV 설치 환자 안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조치라며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수술실은 환자와 의료인이 대등한 관계라고 보기 힘들다”면서 “또한 수술실 내에서 일어나는 범죄는 모두 공범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커 내부자 제보도 불가능한 경우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술실내 CCTV를 설치하려는 이유는 모든 범죄행위를 예방하거나 증거로 사용하기위해서가 아니라 최소한의 안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조치를 위한 것”이라며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했다. 이번 국회에서 꼭 통과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