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가 지난 14일 임시대의원총회를 통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마무리하고 차기 회장 선거 절차에 돌입했다. 

황정인 강동성심병원 전공의가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선출되면서 회장 선거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고, 비대위 결산 역시 원안대로 통과되며 지난 수개월간 의료계 갈등을 이끌었던 '비대위 체제'는 역사 속으로 들어갔다.

대전협은 이르면 10월 말까지 새 회장을 선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선거는 단순한 리더십 교체를 넘어 전공의들의 권익 대변 구조와 대표성을 새롭게 정립해야 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로 점쳐진다. 

전국전공의노동조합(전공의노조)가 지난 14일 출범했다. (사진=전공의노조)
전국전공의노동조합(전공의노조)가 지난 14일 출범했다. (사진=전공의노조)

"전공의는 기계가 아니다"…노조, 연대 강조

한편 같은 날 출범한 전국전공의노동조합(전공의노조)는 약 3000명 전공의와 100여 개 수련병원이 참여하며 조직력을 확보했으며, 대전협과 함께  대표성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유청준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전공의도 노동자다. 우리는 의사이기 이전에 인간이며, 더 이상 병원의 소모품이 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그는 "전공의는 기계가 아니다. 비인간적 노동시간 단축하라. 전공의가 살아야 환자도 산다. 전공의법 신속히 개정하라"는 구호를 선창했고, 조합원들이 함께 제창하며 출범의 힘을 모았다. 

유청준 위원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유청준 위원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특히 출범선언문에서는 '연대'가 거듭 강조됐다. 유 위원장은 "이제 노동조합 깃발 아래 모인 전공의들은 무엇보다 먼저 연대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남기원 수석부위원장은 "2019년 길병원 전공의 과로사와 2024년 의정 갈등은 제도 방치와 무리한 정책 추진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줬다"고 꼬집으며 "더 이상의 희생과 혼란을 막기 위해 모였다. 단순한 이익 집단이 아니라 전공의 권리를 보장하고 환자 안전을 강화하며 청년 의사로서 사회와 연대하는 울타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휴게시간 보장 ▲환자 수 제한 ▲임신·출산 전공의 안전 보장 ▲근무시간 단축 등 '근로권' 중심의 요구를 전면에 내세웠고, 대전협은 전통적으로 ▲수련제도 개선 ▲정책 대응 ▲정부·의료계 협상력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전공의 권익을 둘러싼 '이중 대표성 체제'가 형성된 가운데 향후 대전협의 회장 선거는 단순 내부 리더십 선출이 아니라 노조와의 의제 경쟁·협력 구도를 어떻게 설계할지를 가늠하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더욱이 비대위 체제 종료로 대전협은 '내부 대표성 재정비'라는 숙제뿐만 아니라, 차기 회장은 정부와 협상 및 전공의들 환경 개선의 실질적 성과도 보여줘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대전협이 노조와 연대를 통해 현장 문제 해결에 집중할지, 정부와 협상을 위한 '정책 파트너'로 역할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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