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자이의 파킨슨병 치료제 '에퀴피나(성분명 사피나미드)' 공급 차질 이슈 후 제네릭 개발에 도전하는 후발제약사가 늘고 있다.
이미 에퀴피나가 보유한 특허를 회피하기 공략에 나선 부광약품과 삼일제약, 명인제약의 3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산 제네릭이 고질적인 공급부족 사태에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부광약품의 '부광사피나미드정50밀리그램(가칭)'에 대한 생동시험을 승인했다.
만 18세 이상의 성인 33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이번 시험은 '부광사피나미드정'과 '에피퀴나필름코팅정'의 생물학적 동등성 및 안전성 평가를 위한 것이다.
이에 앞서 명인제약도 지난 7월 에피퀴나 제네릭 개발을 위한 생동시험을 식약처로부터 승인 받았다.
2020년 6월 국내 허가를 받은 오리지널 에퀴피나는 운동 동요 증상(end of dose motor fluctuations)이 있는 특발성 파킨슨병 환자에서 레보도파 함유 제제의 보조요법으로 쓰인다.
에퀴피나는 도파민성 및 비도파민성 신호전달에 이중으로 작용하는 3세대 MAO-B(monoamine oxidase-B) 억제제다.
에퀴피나의 수입실적은 허가 해인 2020년 약 43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2021년 2월 급여 출시한 후 77만 달러, 2022년 140만 달러, 2023년 210만 달러 등 가파르게 증가했다.
에퀴피나는 식약처 의약품특허목록에 2건의 특허가 등재됐는데, 1건은 지난해 12월 만료됐고 현재 2028년 2월 만료되는 1건의 특허만 남아 있다.
부광약품은 지난 5월 해당 특허에 대해 삼일제약과 동시에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며 회피에 나섰다. 이후 명인제약이 추가로 가세했다.
수입약, 고질적인 공급불안정 사태 불러
에퀴피나는 지난 7월 외부 시험원의 출하시험 문제로 일시적인 공급 부족을 보고했다. 공급부족 기간은 한달여에 불과했고 유사 효능 약제들이 있지만, 동일성분의 대체약제가 없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오리지널약의 공급불안정은 에퀴피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원료수급 등 다양한 이유로 품절이나 공급부족 사태를 반복하며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왔다.
특히 파킨슨병 치료제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오리지널 의약품이 국내 시장에서 잇따라 철수해 환자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2021년 7월에는 연이은 품절과 공급 중단이 장기화됐던 MSD의 시네메트(성분명 레보도파+카르비도파)가 자진취하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또 다른 파킨슨병 치료제인 로슈의 마도파(성분명 레보도파+염산벤세라짓) 역시 2023년 1월 자진취하했다. 제네릭 출시로 약가가 인하되자 국내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은 미라펙스(성분명 프라미펙솔)의 경우 속효성 제제는 공급을 유지하고 서방형 제제는 2022년 12월 마지막 수입 후 국내 수입 중단을 보고했다. 아직 자진취하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제네릭이 등장하며 또 하나의 옵션이 사라진 셈이다.
GSK의 파킨슨병 치료제 리큅(성분명 로피니롤)도 한동안 공급부족 사태를 겪으며 파킨슨병 환자들을 불안케 한 바 있다.
오리지널 약물의 공급불안정 문제를 해소한 것은 제네릭들이다. 시네메트는 명인제약의 퍼킨이, 미라펙스는 삼일제약의 프라펙솔 등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이번 국내사들이 에퀴피나 특허회피와 함께 제네릭 개발에 성공하게 되면 앞선 오리지널 약물들과 마찬가지로 국내 시장에서의 위치가 위태로울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