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 원 규모의 경제효과’가 예상되는 정밀의료 시장을 두고 한국도 본격적인 속도전에 나섰다.
글로벌 컨설팅사 L.E.K. 분석에 따르면 유전체 분석과 AI 기반 맞춤형 진단·치료가 확산되면 향후 10년간 의료비 절감과 환자 생존율 향상으로 막대한 경제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이미 국내 병원과 제약사들 역시 임상과 신약개발에 정밀의료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다만 데이터 표준화 지연과 미비한 법·제도 정비 지연이 국내 시장 활성화에 걸림돌로 지적된다.
L.E.K. 보고서는 정밀의료가 의료비 절감과 환자 생존율 향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차세대 의료 패러다임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AI 분석과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을 결합할 경우 치료 반응 예측과 부작용 최소화가 가능해지고 불필요한 검사·투약이 줄어 경제적 효율성이 크게 향상된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정밀의료 확산으로 향후 10년간 최대 60조 원 규모의 경제효과가 기대되며, 이는 의료비 절감(약 40조 원)과 생산성 향상, 신약개발 비용 절감 등에서 발생하다고 내다봤다.
국내 병원·제약사, NGS·AI기반·신약개발 가속화
국내 대형 병원에서는 이미 NGS 기반 유전자 패널검사와 AI 분석을 결합한 정밀의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암환자 대상 NGS 패널검사와 AI 임상 의사결정 지원시스템(CDSS) 활용, 항암제 반응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서울아산병원은 희귀질환 조기진단을 위한 유전자 데이터 통합 분석 플랫폼을 구축했고, 국립암센터도 다중오믹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항암제 연구와 임상시험 환자 선별 알고리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제약업계도 환자 유전체 정보 기반 신약 개발과 임상 설계 최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약품은 표적항암제 ‘포지오티닙’ 개발 과정에서 환자 NGS 데이터 분석을 통한 변이 유형별 약효 검증을 실시한다.
유한양행은 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개발 시, 환자 유전자 변이 패턴을 반영해 맞춤형 임상군 설계을 적용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항체의약품 개발에 환자 맞춤 바이오마커 연구를 결합해 치료 반응 예측 정확도 향상에 노력하고 있으며, 종근당은 희귀질환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유전체·전사체 분석 기술을 적용해 해외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와 연계 연구를 진행한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이러한 흐름에 대해 “정밀의료의 임상 적용 속도를 높이고, 글로벌 시장 진입 경쟁력을 강화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데이터 표준화와 법·제도 개선 없이는 대규모 임상 데이터 확보가 어렵고, 이는 AI 모델 정확도와 신약개발 속도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관계자는 “병원과 제약사 간 데이터 포맷 불일치, 개인정보보호법의 엄격한 규제로 인한 데이터 결합 제한, 환자 동의 절차 복잡성 등이 정밀의료 상용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런 제약이 해소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속도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의료 AI 스타트업 대표도 “정밀의료는 기술보다 제도와 데이터 환경이 속도를 결정한다”며 “정부·병원·산업계가 동시에 움직이지 않으면 60조 원 기회가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도 정밀의료 확산을 위해 AI·NGS 인프라 구축과 법·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K-정밀의료 종합전략’을 통해 2027년까지 전국 주요 상급종합병원에 NGS 검사 기반 유전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고, AI 기반 임상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을 표준화할 계획이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력해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100만 명 프로젝트를 추진, 유전체·건강검진·의료영상 데이터를 통합 수집·분석하는 국가 인프라를 마련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논의도 병행 중이다. 데이터 결합을 위한 ‘가명정보 활용 범위 확대’와 ‘동의 절차 간소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의료데이터 활용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병원과 기업이 제한된 범위에서 데이터 결합 실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