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 환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노화와 증상이 유사해 질환을 인지하지 못하고 병을 키우는 사례도 적지 않아, 조기 진단과 맞춤형 치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파킨슨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최근 5년 사이 약 15% 증가했다. 2020년 11만 1311명이던 환자는 2024년 12만 7646명으로 늘었다.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파킨슨병 환자 수는 2050년까지 약 2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파킨슨병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전체 환자의 약 5~15% 정도만 유전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나머지는 뚜렷한 가족력이나 유전자 이상 없이 생기는 특발성이 대부분이다.
노화와 비슷한 증상, 조기 발견이 관건
파킨슨병은 뇌의 중뇌 흑질에서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면서 발생한다. 도파민은 몸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이 물질이 부족해지면 움직임에 다양한 장애가 나타나게 된다.
특히 파킨슨병 초기 증상은 노화에 따른 변화와 유사해 간과되기 쉽다. 한쪽 팔이 잘 흔들리지 않는 보행, 손 글씨가 작아지는 변화, 표정 감소, 목소리 작아짐 등이 특징적이며, 수면 중 이상행동이나 후각 장애, 변비 같은 비운동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파킨슨병 진단은 주로 환자의 병력 청취와 신체 진찰 소견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뇌 MRI와 혈액검사를 통해 유사 질환과의 감별 진단을 진행하며, 도파민 수송체 영상을 확인하는 핵의학 검사(PET, SPECT)나 후각 검사, 수면 행동 분석, 인공지능 기반 운동 분석 등 다양한 보조 진단기법도 활용되고 있다.
약물·수술·재활치료 병행과 생활 관리
현재까지 파킨슨병을 완치하는 치료는 없지만, 도파민을 보충하는 약물치료를 중심으로 다양한 방법을 병행하면 증상 조절과 일상 회복이 가능하다. 도파민을 보충하는 약물치료 외에도, 약물 반응이 불충분할 경우 뇌심부자극술(DBS)과 같은 수술적 치료도 고려할 수 있다. 최근에는 환자 개개인의 증상과 생활양식을 반영한 정밀의료, 인공지능 기반 치료 전략 등 맞춤형 접근이 확대되고 있다.
운동과 재활치료도 약물만큼 중요하다. 걷기, 수영, 스트레칭, 리듬운동 등은 신체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되며, 작업치료, 언어치료, 영양관리, 심리상담 등을 병행하면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낙상 예방, 충분한 수면, 가족의 정서적 지지 등 일상 속 관리도 중요하다.
예방은 어렵지만, 위험 줄이는 생활 습관
파킨슨병은 아직 완전한 예방법은 없지만, 지중해식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 적정 체중 유지, 머리 외상 예방, 양질의 수면 확보 등은 발병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정유진 교수는 “파킨슨병은 단순히 질병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일상과 정서를 함께 바라보는 전인적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며, “조기 진단과 정밀 치료, 꾸준한 생활 관리가 환자와 가족의 삶을 크게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