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까지 두 자릿수로 증가하던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연구개발비(R&D) 투자가 올해 들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기업은 매출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R&D 투자에 인색한 것으로 나타나, 평균 매출액 대비 R&D 비중 하락과 함께 향후 경쟁력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R&D 투자금액을 대폭 확대하며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반면 적자를 벗어나기 위해 수익구조 개편에 나섰던 일동제약은 R&D 투자비를 전년 동기 대비 10분의 1 가까이 줄여 대조를 보였다.
메디팜스투데이가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2024년 반기보고서를 토대로 국내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30개사의 R&D 투자 금액을 살펴본 결과 총 R&D 금액은 1조 2764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 2118억원 대비 5.3% 증가했다. 금액으로는 646억원이 늘었다.
다만 전체 매출액이 전년 동기 12조 2317억원에서 13조 8412억원으로 12.2% 증가하면서,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전년 9.9%에서 올해 9.2%로 0.7%p 하락했다.
이는 2023년 상반기 R&D 투자비 증가율 12.7%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둔화된 수치다. 당시 30개사의 매출 증가율은 7.9%였다.
전체 30개 기업 중 R&D 투자금액을 늘린 곳은 17개사로 절반을 넘었으나, 매출이 성장하면서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늘어난 곳은 9개사에 불과했다.
가장 많은 R&D비를 투자한 기업은 셀트리온으로 2067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전년 동기 1505억원 대비 37.4%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매출액이 대폭 증가함에 따라 R&D 투자비중은 13.4%에서 12.8%로 0.6%p 낮아졌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1770억원, 대웅제약 1188억원, 유한양행 1048억원, 한미약품 989억원, 동아에스티 803억원, GC녹십자 801억원, 종근당 730억원 등 총 8개사가 반기 500억원 이상을 R&D 비용으로 사용했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을 보면 동아에스티가 24.5%로 가장 높았다. 전년 동기 17.0%에서 7.5%p 늘어난 수치다. R&D 투자금액을 전년 동기 537억원에서 803억원으로 48.4% 늘렸기 때문이다.
동아에스티는 MASH(대사이상 지방간염) 및 당뇨병 치료제 'DA-1241'의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비만치료제 'DA-1736' 전임상을 진행했다. 과민성 방광치료제 'DA-8010'은 올해 5월 국내 임상 3상을 종료했고, 면역항암제 'DA-4505'는 국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치매치료제 'DA-7503'이 국내 임상 1상 진행 중이며, ADC 후보물질 'AT-211'을 개발 중으로, 올해 말 임상 1상을 신청할 계획이다.
동아에스티의 뒤를 이어 메디톡스 17.2%, 대웅제약 171%, 셀트리온 12.8%, 한미약품 12.6%, JW중외제약 11.4%, 한국유나이티드제약 11.1%, 일양약품 11.0%, 삼진제약 10.8%, 유한양행 10.8%, GC녹십자 10.3% 등 총 11곳이 매출액의 10% 이상을 R&D비로 지출했다.
반면 전통제약사 중 유한양행에 이어 매출 2위를 차지한 광동제약은 연결기준 매출액의 1%에도 못미치는 81억원을 R&D 투자비로 지출해, 집계된 기업 중 가장 적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한 8253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R&D 투자금액은 전년 동기 90억원에서 올해 81억원으로 오히려 10.1% 감소했다. 이에 따라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중은 1.2%에서 1.0%로 0.2%p 하락했다.
수익구조 개선에 나선 일동제약은 올해 1분기부터 R&D 투자금액을 대폭 줄였다. 전년 동기 57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36억원으로 93.7% 감소했다. 매출액 대비 비중은 19.0%에서 1.2%로 17.8%p 낮아졌다.
공격적인 R&D 투자로 인해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일동제약은 최근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직접적인 R&D 투자 대신 자회사를 통해 대원제약, 동아에스티 등과 P-CAB 신약 후보물질 및 '베나다파립' 병용투여에 관한 공동개발에 나섰다.
최근 제약업계에 협업사례가 늘어나는 것처럼 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권리를 나눈 것이다.
한편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2019년 이후 분기마다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대까지 꾸준히 R&D 비용을 늘려왔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부터 R&D 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2023년 3분기에는 R&D 금액이 3%대 증가에 그쳤다.
올해 1분기에는 30개사의 매출이 12.9% 증가했음에도 R&D 투자비는 2.3% 감소했고, R&D 비중도 1.5%p 하락했다. 또 30개사 중 R&D 투자금액을 늘린 곳은 14개사로 절반에 못미쳤다.
일각에서는 R&D 투자 위축이 지속된다면, 안정적 성장을 추구할 수 있는 기반이 약해져 향후 경쟁략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