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처음 등장한 후 근이완제 시장에 무더기 진입했던 '에피리손 서방정'이 치열한 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시장에서 철수를 시작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8일 일성아이에스의 '일성에페리손서방정'과 영풍제약의 '에페리서방정' 등 에페리손염산염 제제 2개 품목의 허가를 취하했다. 유효기간만료에 의한 자진취하다.
그 동안 에페리손 속방정의 취하는 꾸준히 있었지만, 서방정의 취하는 이번이 처음이다.
에페리손(eperisone)은 근이완제로, 근골격계질환에 수반하는 동통성 근육연축(경견완증후군, 견관절주위염, 요통)에 사용된다.
중추성 근이완제는 어지러움이나 졸음 등의 부작용을 가지고 있는데, 에페리손 성분은 다른 근이완제에 비해 낮은 부작용으로 의료현장에서 오랫동안 선호돼왔다.
그러나 1일 3회 용법·용법과 주로 함께 처방되는 NSAIDs와의 용법차이로 인해 복약순응도가 많이 떨어지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2015년 3월 아주약품과 명문제약, 대원제약, SK케미칼, 제일약품 등 5개사는 1일 2회 복용으로 개선한 서방정을 개발해 처음으로 허가 받았다.
에페리손 서방정은 기존 속방정의 효과를 유지하면서도 편의성을 향상시켜 복약순응도를 높인 반면, 추가적인 부작용은 없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9년 8월 제뉴파마를 시작으로 에페리손 서방정 허가가 봇물을 이루게 된다. 이 현상은 2020년까지 이어졌다.
지금까지 허가된 에페리손 제제는 원료의약품을 제외하고 수출용을 포함해 총 180개 품목에 달한다. 그 중 서방정은 58개 품목이다. 2015년 첫 선을 보인 5개 품목을 제외하면 53개 품목이 2019년 이후 나온 셈이다.
속방정은 2021년 1개 품목, 2023년 2개 품목이 취하됐으며,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7개 품목이 유효기간만료 등으로 자진취하했다.
한편 선진입한 5개 품목의 2022년 기준 생산실적은 약 140억원 규모로, 2018년 대비 17.8% 증가했다. 2019년 후발약들이 봇물처럼 진입했어도 별타격이 없었다는 의미다.
명문제약의 에페신SR정이 44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대원제약의 네렉손서방정 35억원, SK케미칼의 엑소닌CR서방정 29억원, 제일약품의 에페리날서방정 25억원, 아주약품의 엑손SR정 7억원 순이다.
이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품목정리에 들어가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