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27년만의 의대 정원 증원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 재판부는 의료계가 정부를 대상으로 제기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 달라'는 집행정지 항고심에 대해 각하·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의과대학 교수, 전공의, 의대 준비생들이 제기한 신청에 대해 처분의 직접 상대바이 아니라 제3차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신청을 각하한다고 밝혔다. 이는 1심과 같은 결과이다.
또한 재판부는 의대생들이 신청도 "정부 처분 집행을 정지하는 것은 필수의료·지역의료 회복 등을 위한 필수적 전제인 의대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면서 기각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는 의사인력 재배치만으로 필수의료·지역의료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 구체적인 규모나 속도 문제는 별론으로 해도 의대정원을 증원할 필요성 자체는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 정부에서도 의대 정원 증원 추진은 번번이 무산됐다"며 "비록 일부 미비하거나 부적절한 상황이 엿 보이기는 하지만 현재 증원규모는 향후 얼마든지 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정부 처분 집행을 정지하는 것은 필수의료·지역의료 회복 등을 위한 필수적 전제인 의대정원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향후 2025년 이후 의대 정원 증원 숫자를 구체적으로 정함에 있어 매년 대학측의 의견을 존중해 대학 측이 의대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최소화되도록 자체적으로 산정한 숫자를 넘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 중인 2025년 의대 정원 20000명 증원은 이달 말까지 대학별 학칙 개정 등 절차를 통해 마무리될 전망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6일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있는 직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에 깊이 감사드린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 총리는 "아직까지 본안 소송이 남아있는 상황이고 의료계의 집단행동이라는 해결되지 않은 난제가 남아있지만 법원의 결정으로 정부가 추진해온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를 통한 의료개혁이 큰 고비를 넘을 수 있게 됐다"면서 "국민 여러분이 겪을 고통은 송구하게 생각된다. 그래도 반드시 가야할 길이다. 사명감을 가지고 의료개력을 완수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의료계를 향해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해 달라.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은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전면 백지화' 입장을 떠나서 논의의 장인 의료개혁특위에 참여해 달라. 전공의와 의대생들도 이제 돌아와달라"고 호소했다.
한고비를 넘긴 정부는 대학별 학칙 개정과 모집인원 확정 절차 마무리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결정에 따른 대학별 학칙 개정은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대학에서 반드시 따라야 하는 의무사항이다.
이에 정부는 당초 예정대로 5월말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승인하고 각 대학별 모집인원을 발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
한편 의료계 측은 대법원 재항고 의사를 밝혔으며, 일부 의대 교수들은 일주일간 휴진을 예고하는 등 반발움직임이 보이고 있어 의·정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