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설희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
한설희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

현재 발생하게 될 당뇨병과 비만을 5년 늦추면 '제3형 당뇨병'이라고 불리는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5년 뒤 절반이 줄게 된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노보 노디스크가 당뇨병·비만치료제로 개발한 '세마글루티드'가 치매의 원인인 염증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설희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지난 20일 열린 노보 노디스크 창립 10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비전염성 만성질환의 실태'를 주제로 한국의 알츠하이머 환자들에 대한 미래의 준비 방향에 대해 강연했다.

한 교수는 "50세 이후 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가장 흔한 원인이 당뇨·비만 등이다"면서 "이는 노화의 원인이 되는 생활성 스트레스와 염증  때문에 모든 병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보고된 논문에 따르면 고혈압, 비만, 당뇨, 난청 등 치매 위험 인자를 적절히 관리하면 치매를 최대 40% 예방할 수 있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교수는 "그러나 우리나라는 중년에서 난청이 늘어났고, 초미세먼지가 늘어났다. 또 당뇨병도 전반적으로 증가했다"면서 "당뇨병이 증가하면 그로 인한 합병증이 증가한다. 우리나라에서 당뇨병 때문에 발생하는 질환만 줄이면, 극복 가능한 병이 80%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이 등장한 것은 1907년으로, 독일의 정신과 의사 '알츠하이머'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 그로부터 115년이 되는 지난해 가을 처음으로 근원적 치료제가 등장해 '게임체인저'로 주목받았다.

한 교수는 "지금까지는 병의 증상만 완화시켰을 뿐 원인 치료적으로 진행을 멈추거나 역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면서 "그러나 새로운 약이 등장함으로써 드디어 치매도 새로운 치료영역으로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학자들은 알츠하이머병을 '제3형 당뇨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며 "당뇨가 치료되지 않으면 틀림없이 알츠하이머병이 오게 돼있다"고 덧붙였다.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췌장에 쌓이면 당뇨병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중앙치매센터 자료에 따르면 국내 노인 인구의 약 10%가 치매환자다. 치매 환자의 약 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 환자는 60세 이후 5년 마다 발병률이 2배씩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설희 교수는 "노보 노디스크에서 최근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며 "당뇨와 비만만 없애더라도 치매, 특히 알츠하이머병의 발병을 상당히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이론적으로 증명돼있다. 예컨대 당뇨를 철저히 관리해 5년을 뒤로 늦추면, 5년 후 우리나라의 치매환자가 절반이 줄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에 대한 치료 중요성도 언급했다. 경도인지장애는 반드시 치매로 발전되는 것은 아니지만 위험 인자를 내포하고 있다.

한 교수는 "경도인지장애는 이름을 잘못 지었다. 절대로 '경도'가 아니다. 정상인 사람이 치매로 갈 위험성은 1~2% 밖에 안되지만,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이 치매로 진행될 위험은 10~20%나 된다"면서 "4년이 지나면 절반, 8년이 지나면 거의 100%가 치매로 진행되기 때문에 경도인지장애 환자야말로 반드시 치료해야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행스러운 것은 노보 노디스크의 당뇨 및 비만치료제 세마글루티드가 뇌에서 노화 치매의 원인인 염증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에서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치매 발생률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 근원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해 5월 성인대상 제 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을 위해 세마글루티드 성분의 경구제인 라이벨서스와 주사제 오젬픽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허가받았다.

또한 세마글루티드를 초기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 대상 치료제로 검증하기 위해 글로벌 1830명을 대상으로 임상 3a상 2건(EVOKE, EVOKE PLUS)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한설희 교수가 주도해 건국대병원을 비롯해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이대서울병원, 충남대병원, 인하대병원 등 총 12개 기관에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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