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 영역에서 다양한 연구들이 시도되고 있는 가운데, 초기단계에서의 조기진단 및 새로운 알츠하이머병 바이오마커의 사용이 치료제 개발에서 효과적인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30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공개한 미국국립보건원이 운영하는 임상시험정보사이트(clinicaltrials.gov)의 2022년 알츠하이머병 신약 임상 상황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에서 143개 신약 후보물질을 대상으로 총 172건의 임상시험이 시행됐다.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임상 3상에 진입한 신약 후보물질은 31개(임상 47건)로, 임상 2상 82개(임상 94건), 임상 1상은 30개(임상 31건)로 임상 2상이 가장 많았다.
세부적으로, 원인조절치료제(Disease-modifying therapy, DMT)는 143개의 전체 후보물질 중 119개 (83.2%)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2021년도 신약 임상에서도 DMT의 경우, 126개 전체 후보물질 가운데 104개를 차지하며 82.5%의 높은 점유율을 보인만큼, 해당 용도의 후보물질은 꾸준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인지기능 강화제(Cognitive enhancer) 14개(9.8%), 신경정신행동 증상 개선제(Neuropsychiatric and behavioral) 10개(6.9%)로 순이었다. 원인조절치료제(DMT)의 종류는 바이오의약품 40개(33.6%), 저분자 의약품 79개(66.4%)였으며, 원인조절치료제(DMT) 용도의 후보물질 임상
은 아밀로이드 베타 표적 계열이 20개(16.8%), 타우 단백질 표적 계열이 13개(10.9%)로 나타났다.
상용화를 타겟으로 하는 임상 3상 현황의 경우, 31개의 약물에 총 47건의 임상이 진행됐으며,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대한 약물이 용도별로 다양하게 분포됐다. 원인조절치료제(DMT) 임상이 67.8%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증상조절제(Neuropsychiatric Symptom)가 16%, 인지증진약물(cognitive enhancers)가 16%를 차지했다.
이와 함꼐 원인조절치료제(DMT) 임상에는 알츠하이머병의 주요한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주된 표적(29%)으로 하며, 신경계 가소성 및 보호(Synaptic plasticity/Neuroprotection, 19%) 등을 표적으로 했다.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들의 줄기세포치료제, 펩타이드 의약품 등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도 활발한 편이다.
젬백스앤카엘은 식약처로부터 중증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펩타이드의약품에 해당되는 ‘GV1001’ 에 대해 3상 임상시험을 승인받으며, 차바이오텍은 줄기세포 치료제 기반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아리바이오는 단일 기전 약물에 집중해 온 다국적 제약사들과는 달리, 약물 하나로 여러 작용을 하는 ‘다중기작’ 약물을 개발 중이며, 에이비엘 바이오는 바이오 항체 치매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밖에 셀트리온은 국내 경피용약물전달시스템(DDS) 개발 기업 ‘아이큐어’와의 공동개발을 통해 알츠하이머병 치매 치료용 도네페질(Donepezil) 패치제에 대한 식약처 품목허가를 획득했고, 기업들은 경구제·주사제 이외에도 다양한 제형의 임상 및 상용화를 진행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진단·바이오마커 개발
알츠하이머병은 다른 퇴행성 뇌질환보다 조기진단을 통한 치료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전 세계적으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내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 및 타우 축적 특이적 표지자를 통한 이미징과 혈액 및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 CSF) 속의 아밀로이드 베타 및 인산
화 타우 측정을 통한 진단 등 상당한 연구가 진행됐으나, 현재까지 아밀로이드 바이오마커 이외에 증명 및 승인돼 실제 임상적으로 적용한 마커는 아직 많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츠하이머병 연구자들은 질병의 중증도를 평가하기 위한 뇌활동, 체액 대사산물 변화 측정의 방법 등 신뢰할 수 있는 여러 진단 및 치료법을 개발중이다. 알츠하이머병의 임상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의 조건으로 높은 민감도(Sensitivity)와 특이도(Specifity)가 요
구됨을 감안했을 때, 향후 진단 개발법에도 이러한 점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까지의 후보 바이오마커 및 진단 방식을 조합한 형태로 접근했을 때, 조기발견에 대한 해답을 찾는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지운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연구원은 "바이오젠의 ‘아두헬름(Aduhelm)’의 경우에도, 치료제를 빠르게 승인하기 위한 신속 심사제도인 ‘Fast track’ 제도를 활용해 조건부 허가를 받았으나, 유용성을 입증할 서류 부족 판단으로 최근 EU의 허가가 철회됐다"며 "이처럼 치료제 신약 개발에 대한 성공확률이 낮은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및 민간 기업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과 투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현황 중 원인조절치료제(DMT)의 연구가 가장 많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전세계적으로 알츠하이머병의 근원적인 치료를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앞으로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완화’의 개념이 아닌, 명확한 원인 ‘치료’의 개념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