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대 의협 회장 후보자들은 최근 불거진 의사면허 취소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해 반발하면서도 코로나19 백신접종 거부와 연관짓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점에 대부분 의견을 같이 했다.
대한의사협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3일 오후 4시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후보자합동설명회(정견발표회)를 용산임시회관 7층 회의실에서 개최했다.
김완섭 중앙선관위 위원장은 "이번 선거는 1차 투표에서 최다 득표자가 과반수를 못채울 경우 결선투표에 들어가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투표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결선투표도 1차 투표와 동일하게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날 6명의 후보자들은 먼저 정견 발표에 나섰다.
기호 1번 임현택 후보는 미사여구보다는 성과로 보여주겠다며 짤막하게 답했다. 임 후보는 "회장 선거도 중요하지만 의사면허 취소 개정안 저지가 시급하다"며 "미사여구하지 않고 성과로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임 후보는 이날 오전 '의사면허 강탈법 저지' 기자회견을 개최했고, 국회에도 찾아가 문제를 제기했다.
기호 2번 유태욱 후보는 회장 단독플레이가 아닌 팀플레이를 강조했다. 유 후보는 "가뜩이나 어려운 환경에서 의협은 회원 기대에 부응을 못하고 실망을 안겨줬다"며 "의협이 변화를 시도할 때다. 회원 참여와 소통하는 회무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약으로 ▲대외정치와 홍보역량 강화 ▲집행부·대의원회·정년위원회 세대별 쿼터제 ▲최고위원회 신설 ▲위원회별 책임부회장제 도입 ▲코로나 피해보상위 구성 ▲의료정책연구소 기능 재정립 ▲의협 인적쇄신 및 구조조정 ▲건정심 제도개선 특위 구성 등을 제시했다.
기호 3번 이필수 후보는 22년간 회무를 경험으로 회원들이 주인인 의협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이비인후과 등 개원의들은 폐업을 걱정하고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로 동네 중소병원들은 몰락해가고 있다"며 "반복된 투쟁으로 의사들은 생존을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지금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회원이 주인인 의협을 만들겠다. 회원전담 고충처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회원들이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기호 4번 박홍준 후보는 자율성을 가진 전문가집단으로서, 선제적으로 정체성 회복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박 후보는 "우리는 지금 미래로 나가느냐, 시행착오를 하느냐 갈림길에 섰다"며 "지난 2020년의 피땀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화합을 이뤄내야 한다. 제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공약으로 ▲의협사무처 개편(집행부 연임제) ▲처방전료 부활 ▲자율심사제 실현 ▲공단실사 대응팀 운영 ▲교수 의협 참여 보장 ▲공직의 회비 납부제 개선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여의사 양성평등 등을 제시했다.
기호 5번 이동욱 후보는 생존권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의사들을 위해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젊은의사들도, 기존 의사들도 모두 미래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지금 생존권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회무능력과 투쟁력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년간 경기도의사회 회장으로서 환수로 인해 폐업 위기에 처한 의사들과 함께 투쟁해 승소했고, 2017년 문재인케어 투쟁 당시 사무총장으로 투쟁했다"며 "회장이 되면 ▲고충처리센터 전국 확대 ▲의협 회비 30% 인하 ▲의협 인적 쇄신 ▲수가체계 재정비 ▲면허 상호 인증제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6번 김동석 후보는 성공적 투쟁 경험을 토대로 논리적 접근과 협상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저의 가장 큰 자산은 성공적 투쟁을 이끈 경험이며, 오랜 의사회 회무 경험으로 논리적 접근과 탁월한 협상력도 갖고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몸을 사리지 않는 장외 투쟁력도 있다. 그러나 투쟁은 수단이지 목적이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작년 투쟁 후 분열과 원망만 남았고, 짓밟힌 것은 젊은 의사들의 꿈"이라며 "그런데 현 집행부 인사들은 회원들에게 표를 달라고 읍소하고 있어 참담하고 인간적 번뇌를 느낀다. 이 심판의 전쟁에 제가 앞장 서서 나가겠다"고 역설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이날 후보자들은 대부분 의사면허 취소 개정안에는 반발하면서도 코로나19 백신접종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최대집 회장의 발언과는 다른 의견을 보였다.
임현택 후보는 "의사면허 취소 개정안 저지는 중요하다. 작년 전공의들이 나섰으니 이제 우리 개원가 선배들이 나설 때"라며 "(백신접종은)국민의 신뢰를 얻어가면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태욱 후보는 "일방적으로 법을 제정하게 되면 사회적 비용을 잃게 되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며 "백신접종과 의사면허 취소는 별개의 사안이다. 의사들이 감정적인 상태에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국민의 건강문제를 다른 문제로 연관시키는 것은 안된다"고 밝혔다.
이필수 후보도 "의료법 개정안이 문제가 되는 것은 중범죄뿐만 아니라 과실 등의 문제로 금고 이상의 형의 받았을 때 면허 취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다만 의협은 전문가단체인 만큼 신중하게 의료계의 의견을 모아 결정해야 하고, 다른 문제와 연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박홍준 후보는 "미숙한 투쟁은 후유증을 많이 남긴다. 국회 대응과 더불어 출구전략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 대국회 활동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우리는 국민과 같이 가야 한다.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을 잃기 시작한다면 그 무엇도 얘기할 수 없다"며 "앞으로도 상처받을 국민들에게는 의협이 있다는 것을 전달해야 한다. 정치적인 것으로 연관해서는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욱 후보 역시 "그 동안 컨트롤타워(집행부)의 잘못된 방향제시로 회원여러분이 고생 많았다"며 "백신접종 거부가 아니라도 정부를 압박한 수단은 많다"고 말했다.
김동석 후보만은 뉘앙스를 달리했다. 김 후보는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 정책을 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8부 능선을 넘었다. 국민의 눈치를 본다면 지난해 총파업은 왜했나. 저는 이렇게(백신접종 거부)할 수도 있으니까 이렇게(법안 통과) 하지 말아 달라는 경고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