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센의 비소세포 폐암치료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의 병용요법이 급여기준 설정에 실패하면서 유한양행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영향력 확대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글로벌 임상 성과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렉라자가 병용 전략 기반의 글로벌 표준치료제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3일 개최한 제7차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에서 한국얀센의 리브리반트가 보유한 4개 적응증 중 1개에 대해서만 급여기준을 설정했다.
리브리반트는 ▲EGFR 엑손 20 삽입 변이가 있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1차 치료에 카보플라틴 및 페메트렉시드와의 병용요법 ▲백금기반 화학요법 치료 중 또는 치료 이후 EGFR 엑손 20 삽입 변이가 있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단독요법 ▲EGFR 엑손 19 결손 또는 엑손 21(L858R) 치환 변이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에 레이저티닙과의 병용요법 ▲이전에 EGFR TKI를 포함해 치료받은 적이 있는 EGFR 엑손 19 결손 또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카보플라틴 및 페메트렉시드와의 병용요법으로 사용된다.
이번 암질심에서는 두 번째 적응증인 '2차 이상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단독요법'만 급여기준을 통과했다.
특히 관심을 모은 것은 렉라자와의 병용요법이었다. 1차 치료에서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이 급여화될 경우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이미 글로벌 임상 MARIPOSA 연구에서도 유의미한 생존률 개선 등이 입증된 상태여서 이번 급여기준 미설정이 한국얀센이나 유한양행으로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렉라자의 단독요법이 1차 치료에 급여 적용되고 있지만 시장이 제한적인데다, 경쟁약물인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는 지난 6월부터 병용요법까지 급여 적용이 된 상황이어서 현저하게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여기에 리브리반트와의 병용요법이 국내 급여 진입 실패로 인해 글로벌 진출을 위한 동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치료비 부담이 높아지면서 급여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회전자청원에 따르면 지난 5일 마감된 '리브리반트 급여화 요청에 관한 청원'에 동의한 사람 수는 목표 동의 수인 5만명을 넘어섰다.
보험급여 적용없이 리브리반트를 병용투여하면 1년 약값만 1억 5000만원 이상이 소요돼,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현실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5만명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국회 소관위원회의 심사를 받고 채택이 되면 본회의에 부의돼 심의·의결 과정을 거치게 된다.
여전히 회생 가능성 남아
올해 하반기 암질심 재상정을 통한 회생 가능성도 남아 있다. 다만 경제성 문제가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 있어, 가격 조정이나 환자 지원 프로그램이 병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이 글로벌 임상 근거와 NCCN 등 해외 가이드라인의 권고, 해외 급여 확산 등에 힘입어 재도약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은 임상 3상 MARIPOSA 연구를 통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은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군이 타그리소 단독요법군 대비 30% 낮았으며, PFS(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군이 23.7개월, 타그리소 단독요법군 16.6개월로 유의하게 길었다.
전체 생존기간(OS)에서도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 추적 관찰 기간 중양값 37.8개월 시점에서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으면서 오시머티닙 단독요법 대비 사망 위험을 25% 감소시켰다.
이를 근거로 미국 FDA는 지난해 8월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을 EGFR 엑손 19 결실 또는 엑손 21 L858R 치환 변이가 확인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허가한 바 있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는 MARIPOSA 연구를 바탕으로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을 가장 높은 등급의 1차 치료제로 권고하고 있다. 또 유럽종양학회(ESMO)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가이드라인에서도 권고 등급은 다르지만, 치료옵션으로 포함돼 표준치료제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독일 보건당국이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에 대해 내년 보험 급여 적용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요한 선례로 남게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