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메디팜스투데이 DB
사진=메디팜스투데이 DB

보건복지부가 치매관리주치의 시범사업을 37개 시군구로 확대하며 제도 전국화를 예고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수가 현실성 부족'과 '지역 인프라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특히 도심 위주 참여에 1회 1만5000원 수준의 보호자 상담 수가, 방문진료 인력 부족 등이 맞물리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 제도 확대보다 기반 설계와 역할 연계의 정교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현재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37개 시군구 중 60% 이상이 서울, 경기 등 수도권과 광역시에 몰려 있다. 서울 관악·은평, 경기 성남·화성, 인천 미추홀구 등 도심권이 포함된 반면, 고령화율이 높은 강원, 전남, 경북 등 농어촌 의료취약지는 여전히 참여가 미미하거나 제외된 상태다.

지방 소재 의원의 한 원장은 “치매 환자는 시골에 더 많지만, 정작 의사도 간호인력도 부족해 주치의 역할 수행이 어렵다”면서 “지역 배치의 형평성부터 먼저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10분 상담 1.5만 원”…수가 현실성 부족, 의사 참여 저조

또한 의료계는 복지부의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치매 환자 관리를 책임지는 1차 의료기관을 위한 인프라와 수가는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복지부는 치매관리주치의제에서 연 1회 포괄 평가, 연 8회 보호자 상담, 연 12회 비대면 모니터링, 연 4회 방문진료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도록 하고 있지만, 의료기관의 수가 보상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메디팜스투데이 재구성.
메디팜스투데이 재구성.

보호자 상담은 1회당 평균 1만 5000원 수준, 방문진료는 교통비조차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1인 진료 시스템이 많은 중소 의원에서는 진료 공백과 행정 부담이 크다는 반응이다.

서울시의 한 내과 전문의는 “주치의제로 치매 환자를 돌보는 것은 공공적 역할이지만, 현실은 행정력과 시간만 잡아먹고 남는 게 없는 구조”라며 “보상 없는 책임 확대는 결국 제도 참여율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다른 신경과 전문의도 “실제 환자를 관리해보면 보호자 교육, 인지 상태 모니터링, 약물 조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들어간다”며 “현 수가 수준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어 장기적인 제도로 굳히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지방의 중소병원 관계자 역시 “방문진료까지 포함된 포괄적 관리 서비스라면,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간병 코디네이터 등 다직종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며 “지방병원 참여를 유도하려면 전담인력 파견, 인건비 보전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제도 확대보다 기반 강화가 핵심”

한편 보건복지부는 2026년까지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중 시범사업 결과 분석과 제도 보완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수가 조정과 지역 간 균형 있는 배치, 행정 간소화 등 현장 의견을 반영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24년 현재 국내 치매환자 수는 약 103만 명, 2030년에는 130만 명 이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인구의 증가 속도와 치매 유병률을 감안할 때, 지역 중심의 지속적 환자 관리 체계는 필수 불가결한 국가 정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 기존 치매안심센터와 역할 분담과 연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현재 전국 259개 보건소를 기반으로 운영 중인 치매안심센터는 선별검사, 등록, 초기상담 중심의 공공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반면 치매관리주치의제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직접 진료와 지속적 관리, 방문 및 보호자 상담까지 책임지는 1차 의료 중심 모델로 설계돼 있다.

이처럼 기능은 다르지만 상호 연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중복 행정과 환자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두 체계 간 연계 프로토콜을 표준화하고, 데이터 공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 치매관리주치의제는 더 이상 실험적 모델이 아닌 국가 치매관리 전략의 핵심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성공적 제도 안착을 위해 현실적인 설계와 기반 강화가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