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유발하는 독성 단백질 ‘아밀로이드 베타’ 등 뇌 속 노폐물이 수면 중 얼마나 효과적으로 배출되는지를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이 기술은 향후 치매 조기 진단과 예방, 맞춤형 뇌 건강 관리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 교수(왼쪽),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배현민 교수(오른쪽)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 교수(왼쪽),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배현민 교수(오른쪽)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윤창호 교수 연구팀은 KAIST 전기·전자공학부 배현민 교수팀과 함께 수면 중 뇌의 ‘청소 시스템’으로 불리는 아교임파계(Glymphatic System) 활성도를 비침습적으로 정량 관측할 수 있는 무선 근적외선 분광기법(NIRS) 기반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뇌혈류대사학회 공식 저널인 Journal of Cerebral Blood Flow and Metabolism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무선 근적외선 분광기. 이마에 부착해 수면 중 뇌 수분량을 측정하면 아교임파계 활성도를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무선 근적외선 분광기. 이마에 부착해 수면 중 뇌 수분량을 측정하면 아교임파계 활성도를 확인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대표적 신경퇴행성 질환은 대부분 뇌에 병적인 단백질이 축적되면서 발생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단백질들이 뇌척수액의 흐름을 통해 세척되는 과정, 즉 아교임파계 활성도를 측정하면 치매 위험을 간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교임파계는 사람이 수면 상태에 있을 때 활발히 작동하며, 뇌척수액이 혈관 주위를 따라 뇌 실질로 스며들어 아밀로이드 베타 등의 노폐물을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기존에는 MRI 조영제 투여 방식이 사용되었으나, 인체에 부담이 크고 장시간 수면 동안 연속적 측정이 어려웠다. 이에 연구팀은 비침습적이면서도 실시간 연속 측정이 가능한 기술 개발에 나섰다.

무선 근적외선 분광기로 실시간 측정한 뇌 수분량 변화. 수면이 깊어질수록 수분량도 증가한다
무선 근적외선 분광기로 실시간 측정한 뇌 수분량 변화. 수면이 깊어질수록 수분량도 증가한다

“수면 초반 뇌 청소 활발…웨어러블 장비로 확장 가능”

연구팀이 개발한 무선 근적외선 분광기는 이마에 간단히 부착해 두개골 내부로 700~1000나노미터(nm) 파장의 빛을 투과시킨 뒤, 반사된 신호를 분석해 뇌 내 수분량, 산소포화도, 혈류량 등을 정밀 측정할 수 있다. 

특히 수분 변화에 민감한 925nm 파장을 활용하고, 뇌혈류의 영향을 제거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함으로써 아교임파계의 실제 활동 수준을 정량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구는 건강한 성인 41명을 대상으로 수행됐으며, 그 결과 잠에 들고 난 후 첫 번째 비렘수면(NREM) 사이클에서 뇌 전두엽 수분량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패턴이 관찰됐다. 이는 수면 초기에 뇌 청소 활동이 집중된다는 기존 동물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윤창호 교수는 “이번 기술은 인간의 자연 수면 동안 뇌 노폐물 배출 활동을 정량적으로 실시간 측정한 세계 최초의 사례”라며, “치매를 포함한 퇴행성 뇌질환의 조기 예측과 치료 반응 평가, 그리고 맞춤형 수면 건강 전략 수립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활용 가능성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해당 기술이 무선·비침습 기반이라는 점에서 향후 가정용 뇌 건강 모니터링 웨어러블 장비로의 전환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이 장비가 상용화될 경우, 수면 중 뇌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며 개인의 치매 위험도 평가 및 수면 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R&D 지원과 KAIST 뇌과학연구소의 협력을 통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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