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데일리 DB.
사진=뉴데일리 DB.

"항생제가 듣지 않는다." 이제는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2019년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직접 사망자는 127만 명, 관련 사망자는 495만 명에 달했다. 이는 같은 해 HIV/AIDS(86만 명)와 말라리아(64만 명) 사망자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다. 

WHO는 항생제 내성을 ‘10대 공중보건 위협’으로 지정했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항생제 사용이 급증하면서 내성균 문제는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물론 이에 따른 경제적 충격도 심각한 수준이다. 2050년까지 누적 1조 달러가 넘는 의료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며, 2030년까지 연간 1~3조 달러의 글로벌 GDP 손실이 예상된다. 특히 저소득·중저소득국가에서 피해가 집중되고 의료 접근성 부족이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항생제 산업에서 R&D 축소와 혁신 신약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며, 바이오벤처와의 협력, AI·신기술 도입, 신흥국 시장 개척 등 다각적 전략을 펼치고 있다. 내성균 위협이 커질수록 항생제 산업에서 빅파마가 추구하는 ‘혁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항생제 시장, 성장의 한계와 혁신의 필요

감염병기술전략센터의 '항생제 개발 산업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항생제 시장 규모는 약 500억 달러(65조 원), 2033년에는 7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백신, 항암제 등 다른 제약 분야에 비해 성장률은 낮고 수익성과 까다로운 개발 환경 탓에 대형 제약사들은 항생제 R&D를 축소하거나 유망 바이오벤처와의 협력·인수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병기술전략센터의 '항생제 개발 산업 동향'  보고서. 메디팜스투데이 재구성.
감염병기술전략센터의 '항생제 개발 산업 동향'  보고서. 메디팜스투데이 재구성.

실제 노바티스,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들도 항생제 연구에서 잇따라 철수했다. 현재는 GSK, 머크(MSD) 등 일부만이 독자적으로 R&D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GSK는 2025년 새로운 작용기전의 항생제 Blujepa(Gepotidacin)를 FDA 승인을 받아 30년 만에 혁신 신약을 출시했다.

인도 오키드 파마는 엔메타조박탐(Enmetazobactam)으로 FDA 승인을 획득, 다제내성균 치료제 시장에 진입했다. 

또한 AI 기반 신약 개발, 박테리오파지 및 항균 펩타이드 등 비전통적 치료법에 대한 투자도 늘려 가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신속 진단, 맞춤형 치료,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해 내성균 대응력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글로벌 항생제 시장은 2025년 약 556억 달러 규모로, 머크(Merck), 화이자(Pfizer), 바이엘(Bayer), Johnson & Johnson, Abbott 등이 핵심 점유율을 차지했다. 북미와 유럽이 시장의 중심이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 중국 등 신흥국 제약사들도 내성균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도 워크하트, 오키드 파마 등은 FDA 승인 신약을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 진입에 성공했고, 이들은 일본 시오노기 등과 협력해 아시아 시장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항생제 개발의 경제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동 기금, 연합체 설립 등 협력 생태계를 조성한다. 정부, 연구기관, 바이오벤처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R&D 리스크를 분산하고 혁신 신약 개발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GAIN Act, 유럽의 PRIME 제도 등 강력한 인센티브와 신속심사 정책이 글로벌 제약사의 항생제 신약 개발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제약사는 기존의 대량생산·제네릭 중심에서 혁신적 신약, 맞춤형 치료, 첨단 기술 융합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내성균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인 R&D, 신흥국과의 협력, 정부-민간 공동투자 확대가 필수적이다. 

항생제 시장은 저성장과 고위험 구조이지만, 글로벌 보건 위기 대응의 핵심 산업으로서 지속적인 혁신과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항생제 산업에서 R&D 축소와 혁신 신약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으며, 바이오벤처와의 협력, AI·신기술 도입, 신흥국 시장 개척 등 다각적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내 산업, 도전과 성장의 기로에

한국의 항생제 사용량은 OECD 평균 대비 여전히 높아 내성균 확산 위험도 크다. 국내 신약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일부 기업이 독자 항생제 신약을 개발해 미국 FDA 승인을 받는 등 의미 있는 성과도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박테리오파지, 펩타이드 등 비전통적 치료기술을 접목한 신약 개발이 활발하다. 다만, 전달체·제제화 등 기술적 난제가 남아 있어, 국내외 협력과 기술이전이 중요한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 역시 기초 연구부터 임상, 허가, 시판 후 관리까지 전 주기적 연계 지원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보고서는 “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참여하는 범부처 협력, 규제기관과의 긴밀한 협업, 항생제 특화 인센티브 도입이 절실하다”며 “글로벌 제약산업이 기존의 틀을 넘어 혁신적 치료법과 공동 투자, 정책적 지원을 통해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비전통적 기술과 글로벌 협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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