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을 중심으로 시작된 보호무역주의가 보건의료 분야로 확장되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국제 경쟁구도의 구조적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미 행정부는 공급망 보호, 가격통제, 규제 환경 개편 등 전 분야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며 입체적 산업 방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고율 관세 중심 접근이 아닌 ▲의약품 자급자족 장려 ▲MFN 기반 약가 규제 ▲바이오시밀러 승인 완화 등 '제도 기반 형 비관세장벽'을 결합한 진화된 보호무역주의 모델로 평가된다.
특히 바이오헬스 분야의 가장 대표적인 간접 규제 수단인 '최혜국 약가 제도(MFN 가격)' 이용은 결국 국내 바이오시밀러 및 제네릭 제품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효과를 보게 될 전망이다.
최근 보건산업진흥원은 글로벌 동향 보고서를 통해 "최혜국 약가 제도 도입 등 3개 정책을 통해 미국 제약산업의 보호무역주의가 확장되고 있다"며 "이러한 방식은 세계무역기구나 자유무역협정 상의 통상 마찰 우려를 피해고 글로벌 제약사의 시장 전략에 실질적인 압박을 가하는 효과적인 보호무역주의 수단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공급·경쟁·가격’ 3축 중심 산업 방어 전략 구사
2025년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강화하고 보호무역주의를 전방위로 재가동해 ▲제조업 리쇼어링(Reshoring) ▲전략산업 육성 ▲무역불균형 시정 등을 목표로, 고율 관세와 제도적 규제를 결합한 산업 중심 무역정책을 본격화했다.
리쇼어링과 공급망 재편을 목표로 제약, 반도체, 첨단소재 등전략 품목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오헬스 분야를 국가안보 및 전략산업의 핵심 영역으로 재정의하며, 기존 무역·공급망 중심의 보호주의를 의료정책 전방으로 확장중이다.
의약품의 자국 생산 강화, 고가 수입 약품 대체를 위한 규제 개선, 외국과의 약가 격차 해소를 동시에 추진해 ‘공급·경쟁·가격’ 3축 중심의 산업 방어 전략을 구사한다.
보고서는 "이는 단순한 공공보건의 접근을 넘어 미국 제약 산업의 구조적 자립과 수입 의존 탈피를 목표로 한 바이오헬스 분야 내 보호무역주의의 제도화"라고 평가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미국은 의약품 및 원료의약품의 중국·인도 의존도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강화됐다. 이는 결국 의약품 자급자족 정책에 힘을 싣고, 의약품과 원료의약품의 전략물자로 재지정하고 국내생산 기반 강화제도 마련에 착수하게 했다.
실제 지난 5월 5일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필수의약품 생산 촉진을 위한 규제 완화' 행정명령을 발동했으며, 해당 행정명령의 핵심은 국내 제약제조 인프라 확충을 위한 연방 규제개혁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행정명령은 직접적인 세제 혜택이나 조달 우선권을 부여하진 않지만, 입지·인허가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기업 유인을 간접 지원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국내 제조 유인의 간접적인 확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MFN 가격 및 바이오시밀러 승인 간소화 추진
미국은 전 세계에서 처방약 가격이 가장 높으며, 메디케어 재정 악화와 환자 부담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항암제, 자가면역치료제 등 고가 생물의약품은 유럽·일본 대비 최대 3~5배 비싼 가격으로 유통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글로벌 약가 역차별로 규정하고 약가 통제를 위한 국제 기준 연동 정책(Most Favored Nation Pricing, MFN) 재추진을 알렸다.
MFN 가격(미국 환자에게 국제 최저 수준의 약가)을 적용하기 위해 제약사에 가격인하를 요구하며, 불응 시 ▲수입허용 승인취소 ▲반독점 조사 ▲직접판매 등 강제적 대응을 포함한 다부처 협조 조치를 즉각 시행하도록 명령했다.
이는 약가 책정권이 사실상 제약사에만 있는 미국시장 구조를 개편하려는 것으로, 지난 2020년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제안되었지만 소송 및 행정절차 미비로 철회된 바 있다.
더불어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높은 가격과 특허 장벽은 미국 내 의료비 부담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으며, 국산·저가 대체제의 시장진입 촉진을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바이오시밀러 시장 활성화는 의료비 절감과 치료 선택지 확대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꼽히며, FDA는 상호교환성 승인 요건 완화를 포함해 규제 장벽을 점진적으로 낮추고 있다. 또 임상시험 외에도 실제 처방경험 및 축적된 비교 자료 기반으로 평가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승인 요건을 완화했다.
보고서는 "MFN 정책은 수입 약물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가격 장벽이 될 것"이라며 "국내 생산 바이오시밀러 및 제네릭 의약품의 상대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유도, 시장 점유율 확대, 자국 제약산업의 구조적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보고서는 "단기적으로 미국 내 제약·바이오산업의 국내화, 중소기업 기반 확대, 보험재정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며 "특히 미국시장에 진입하려는 해외 제약기업은 단순한 제품 경쟁력 외에도 가격 수용성, 국내 생산 여부, FDA 승인 전략 등 복합적 조건을 고려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