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I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신약 개발 분야에서 활용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노벨 화학상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예측하고 설계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시장은 이들의 기술이 신약 개발의 판도를 위흔들 것으로 예상했으며, AI 신약개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게 된 것이다.
신약개발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으로 신약 개발자의 경험과 시행착오 실험에 의존해 왔으나, 머신러닝(ML)을 통한 인공지능(AI) 적용은 신약개발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
특히 질병 표적 식별, 신약 개발, 전임상 및 임상 연구, 시판 후 안전관리까지 AI 기술의 용도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발간한 브리프 자료에 따르면 신약개발에서 AI 활용에 대한 글로벌 시장은 2024년 18억 6000만 달러에서 연평균 29.9% 성장률로 2029년 68억 9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AI를 포함한 의료기술에 대한 투자 증가와 환자 중심의 맞춤형 의약품 수요 증가, 신약 개발 비용 및 시간 절감, 희귀질환 연구에 대한 집중 중요성 증가와 같은 요인으로 신약개발 시장에서 AI의 활용이 많아졌다.
전통적인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10~15년이 걸리고, 비용은 1~2조 원 이상이 소요된다. 약 1만개의 후보물질 중 1개(0.01%) 미만이 신약으로 출시되는 것이다.
따라서 보고서는 "AI, 빅데이터, 유전자 치료 등 혁신 기술이 도입되며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며 "AI 신약개발은 임상데이터와 신약 개발에 적합한 AI 알고리즘을 활용하면서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실사용데이터(RWD)를 기반으로 한 실사용증거(RWE)와 AI 융합이 신약 개발의 모든 단계에서 적용되고 있으며, 여러 제약사와 RWE 기업이 협력해 더 효과적인 임상시험 설계, 시험 등록 개선, 신약 시장 진입 시간 단축을 목표로 새로운 플랫폼을 도입하고 있다.
빅파마, AI 기반 스타트업, M&A 활발
AI기반의 신약개발은 일라이 릴리, 화이자, 머크 등 대형 제약사들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에서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LinkedIn(링크드인) 공동 창립자이자 벤처 캐피털리스트인 리드 호프만(Reid Hoffman)은 저명한 종양 전문의이자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싯다르타 무케르지(Siddhartha Mukherjee) 박사와 함께 2025년 1월 신약개발 스타트업 Manas AI를 출범한다고 밝힌 바 있다.
Manas AI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전립선암, 림프종, 삼중 음성 유방암과 같은 공격적인 암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시작으로 약물 발견 프로세스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또한 미국 FDA는 2023년 의약품 수명 주기 전반에 걸쳐 다양한 치료 영역에서 AI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관련 의견서를 발표했다.
의견서에는 신약개발 전 과정인 후보물질 발굴, 비임상연구, 임상연구, 시판 후 안전관리, 첨단의약품 제조 단계 등에서 AI가 쓰이는 용도에 대한 개요도가 포함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최근 5년간 AI 관련 파트너십과 인수합병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헬스케어 AI M&A 거래 가치는 60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선두 기업들은 AI 협력을 위해 적어도 1개 이상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거래 건수 및 가치는 ▲2020년 41건·50억 달러 ▲2021년 54건·164억 달러 ▲2022년 77건·155억 달러 ▲2023년 55건·139억 달러 ▲2024년 87건·136억 달러로 집계됐다.
한편 국내 제약사 중에서 JW중외제약·대웅제약 등이 자체적으로 인공지능 관련 플랫폼·시스템을 구축하며 신약 연구 개발에 나서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인공지능 기반 신약 R&D 통합 플랫폼인 '제이웨이브(JWave)'를 본격적으로 가동했으며, 빅데이터 기반 약물 탐색 시스템에 AI모델 적용 범위를 확장한 플랫폼이다.
대웅제약은 AI 신약 R&D 시스템 '데이지(DAISY)'를 구축했다. 데이지는 주요 화합물 8억종 분자 모델을 전처리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신약 후보물질 발굴 과정을 돕고, 후보물질 최적화 단계까지 걸리는 기간을 줄이는 시스템이다.
그 외 국가바이오위원회가 출범하며 신약 개발 인공지능 구축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도 AI를 활용한 의약품 개발 및 제품화를 지원하기 위한 사례집을 발간했다.
다만 AI로 신약개발까지는 아직 남은 과제도 있다.
보고서는 "신약은 보통 단백질 하나로 이뤄져 있지 않고, 단백질을 비롯한 여러 물질이 뭉친 화합물"이라며 "신약을 개발하려면 AI가 설계한 단백질이 다른 물질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화합물이 신체에 들어갔을 때 어떤 효과를 내는지 등에 대해서도 예측하기 어려운 한계점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광범위한 데이터에 대해 훈련된 기계 학습 또는 딥 러닝 모델인 '파운데이션 모델'을 통해 각 기업에서 각자 상황과 목적에 맞는 신약개발 AI 모델을 구축해야 신약개발 활용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