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이 단순한 성장 동력을 넘어 국가 경제 안보의 핵심 축으로 부상한 가운데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공급망 역량 강화, 제도, 인력 기반 보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 주목된다.
한국이 세계 의료·바이오 분야에서 핵심 플레이어로서 지속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면, 더욱 과감하고 종합적인 전략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발간한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제약 및 바이오산업은 지난 10년간 급부상한 유망 산업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글로벌 제약 산업 시장 규모는 2013년 9940억 달러에서 2023년 1조 6070억 달러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으며, 이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두 배가 넘는 규모이다.
특히 선진국을 중심으로 평균 수명 연장과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시장 규모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으로, 2030년경에는 약 3조 88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무역 규모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합성의약품은 2013년 3286억 달러에서 2023년 4857억 달러로 연평균 약 4% 성장했으며, 바이오의약품은 같은 기간 1037억 달러에서 3392억 달러로 연평균 약 13% 가까이 성장해 바이오 분야를 중심으로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보고서는 시장 규모는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이나, 그 양상은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시장 선점을 위한 다변화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의약품 시장 규모를 살펴보면 같은 기간 218억 달러를 기록해 점유율 1.5%로 세계 13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장의 성장세는 빠른 것이 특징으로, 2010년대 후반부터 연평균 5% 내외의 성장률을 보였으며, 2023-2029년까지 연 평균 7%대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23년 기준 한국 시장은 31조 4513억 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2022년 20조 8,595억 대비 5.3% 성장으로, 역대 최초로 30조원을 돌파하며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보고서는 빠른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주요국의 제약 및 바이오 산업 경쟁력을 다양한 지표로 비교해 보면, 인력, 투자, 기술력 등 미국, 유럽, 일본 및 중국에 대해서도 일부 뒤처지는 것으로 확인되어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보고서는 ▲공급망 안정성과 자급률 제고, ▲R&D 투자 규모 확대와 혁신신약 개발 역량 강화, ▲국제 협력 네트워크 강화, ▲제도와 인력 양성 인프라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먼저 공급망 안정성과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전략 핵심 품목을 선정해 국내 생산 기반을 보강하거나, 국가 간 협력으로 원료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보고서는 "한국 기업들의 R&D 투자액이 글로벌 빅파마 대비 크게 뒤떨어진 현실은 신약개발 경쟁력 저하를 초래한다"면서 "혁신 신약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민관 협력과 대형 과제 추진으로 자금·인력·기술을 결집해야 한다. 대학·연구소·기업 간 오픈 이노베이션 체계를 확립해 연구 인프라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과 공동연구, 기술제휴, CDMO 분야 협력 등을 적극 추진해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역량을 높이고 해외 진출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며 "혁신 생태계 구축을 위한 세제 혜택, 연구비 지원, GMP 인프라 확충 등 종합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