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후폭풍 의약계 타격 불가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의약계의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있다. 의대 증원 갈등 등 산적한 난제들도 추진동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해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율은 1400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환율이 상승하면 원료의약품이나 부자재 수입 등에 영향을 미친다.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임상시험 진행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로 인해 무역 갈등 심화 등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신약 R&D와 기술수출, 해외 기업과 협업을 기반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중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한다면 경영 활동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의대 2000명 증원 촉발 ‘의정갈등’ 지속

정부의 의대증원으로 촉발된 의정갈등은 해결될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한해를 넘겨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의정갈등이 장기화됨에 따라 여·야가 나서 사태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이역시도 난항에 부딪혔고, 12·3 비상계엄 여파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는 의료계 참여가 전면 중단됐다. 윤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던 의료개혁도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내년 의대 정원 증원이 차질 없이 진행될지 의문이다. 

의협 집행부 침몰···임현택 6개월만 탄핵

의대정원 이슈를 막아내지 못한 의사협회 집행부는 내부 갈등까지 더해지며 추진동력을 잃었다. 온건파 이필수 회장이 사퇴한 후 42대 회장으로 당선된 강성 '임현택' 회장은 임기 6개월 만에 막말 논란을 남기고 탄핵됐다. 현재는 소수정예 박형욱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돌입한 가운데 2025년은 정부와 갈등을 풀고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시 살아난 ‘간호법안’···PA 합법화 담아 ‘간호법’ 제정

지난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좌절을 맞았던 '간호법' 제정안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 8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히 진료지원간호사의 법적 보호 및 간호인력의 처우개선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으로 의의가 있다. 간호법 제정을 통해 ▲간호사 등의 면허와 자격, 업무 범위, 권리와 책무, 수급 및 교육, 장기근속을 위한 간호정책 개선 등에 관한 사항을 체계적으로 규율하여 간호사 직역에 관한 전문성 향상 및 근무환경 개선, 숙련간호사의 양성을 통한 간호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상급종합병원 본격 구조 전환 돌입

정부의 필수의료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에 돌입했다. 12월 기준으로 47개 상급종합병원 중 44개 상급종합이 구조전환에 참여했다. 정부는 상급종합 구조전화를 통해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희귀 질환 중심으로 진료역량을 강화하고 ▲2차 병원 등 진료협력병원과 강력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면서, ▲전공의에게는 밀도있는 수련을 제공하는 등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해 나갈 계획이다. 

‘비급여’ 가격잡기 총력, ‘비급여 보고’ 전체 의료기관 확대

정부의 비급여 관리 강화 계획에 따라 올해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비급여 보고가 확대 시행됐다. 전체 의료기관 7만 2815개소 중 95%인 6만 9200개소가 참여했으며, 보고한 항목은 총 1,068개로 2023년 594개 항목에 비해 474개 항목이 늘어났다. 정부는 수집한 비급여 보고자료를 다각적으로 분석해 건강보험 재정 및 국민의료비 부담을 유발하는 非중증 남용 우려 비급여 관리를 위한 정책 근거로 활용할 계획이다.

경영권 분쟁으로 얼룩진 한미약품그룹

한미약품그룹의 2024년은 경영권 분쟁으로 얼룩졌다. 올해 초부터 OCI그룹과의 통합을 두고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과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이 대립하며 갈등의 불을 지폈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재원 마련과 R&D 추진을 위해 그룹간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모녀 측은 형제 측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자, 당시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의 해임으로 맞섰다. 이는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역풍으로 돌아왔다. 소액주주들의 선택으로 형제 측 이사진이 모두 선임되면서 OCI그룹과의 통합이 무산된 것이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던 갈등은 모녀와 신동국 한양정밀회장이 가세한 3자연합이 이사회 정원을 11명으로 늘리기 위한 정관변경을 위해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면서 재점화됐다. 형제 측은 경영권을 흔들려는 의도라며 반발했고, 임시주총을 앞두고 소송전으로 확대됐다. 결국 11월 말 열린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에서 이사회 재편을 위한 정관 변경은 무산됐다. 

남은 것은 오는 19일 열리는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와 내년 열리는 3월 정기 주주총회다. 모녀 측과 형제 측 경영권 분쟁의 종료는 내년 3월 정기 주총에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바이오 육성정책

정부의 바이오 육성 정책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본격적인 탄핵 국면에 돌입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이달 중순 출범 예정이던 '국가바이오위원회'도 차질이 예상된다. 국가바이오위원회는 정부와 민간이 국가 바이오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글로벌 바이오 5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기구다.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아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국무조정실, 식품의약품안전처, 특허청, 질병관리청 등 관계부처 장관과 민간위원 전문가들이 참여해 R&D, 인허가 등 바이오 정책 전반을 심의하는 기구로 기획됐으나, 비상계엄으로 인해 출범시기가 불투명해졌다.

제약바이오산업계의 염원이었던 국무총리 직속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도 지난해 말 출범해 올해 본격 운영에 들어갔지만,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 도입 추진

정부가 국내 약가를 외국과 비교해 조정하는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시행시기가 불확실해지면서 업계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는 A8 국가(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캐나다) 중 최고가 및 최저가 제외한 6개국의 조정평균가를 기준으로 국내 유통되는 의약품의 가격을 인하하는 제도다. 약제급여목록에 등재된 전체 약제가 대상이다. 다만 단독등재나 특허만료되지 않은 오리지널약, 저가퇴장방지약, 희귀의약품, 기초수액제 등은 제외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10차 회의를 끝으로 산업계와의 협의를 종료한 뒤, 빠르면 내년 상반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5개월이 넘도록 보건복지부의 발표가 없는 상황이어서, 산업계의 답답함이 이어지고 있다.

유한양행 '렉라자', 국산 항암제 최초 미 FDA 허가

유한양행의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국산 항암제 최초 미국 FDA로부터 시판허가를 받는 결실을 맺었다.

J&J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의 병용요법으로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엑손 19 결실 또는 엑손 21 L858R 치환 변이가 확인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 성인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의 병용요법 승인은 MARIPOSA 3상 연구의 긍정적인 결과가 밑바탕이 됐다. 3상 연구에 따르면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오시머티닙 단독요법에 비해 질병 진행 또는 사망위험을 30% 감소시켰다. 또한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23.7개월로, 오시머티닙의 16.6개월 보다 길었으며, 반응 지속 기간(DOR)도 25.8개월로 오시머티닙의 16.8개월보다 9개월 더 길었다.

위고비,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 '붐'

국내 제약사들이 속속  GLP-1 비만치료제 개발에 들어가면서 관심이 높아져 가는 가운데, 올해는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국내 출시 및 적응증을 추가하면서 관심이 더욱 고조됐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해 4월 허가를 받은 GLP-1 유사체 작용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를 지난 10월 국내 출시했고, 릴리는 GIP/GLP-1 수용체 이중 효능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지난 7월 국내에서 비만 치료에 대한 적응증을 추가했다.

세계 유명인사들의 사용으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자 온라인 불법판매가 기승을 부렸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 사용해 줄 것을 당부하고 불법판매를 차단조치하기도 했다.

국산 세번째 P-CAB 제제 '자큐보'

제일약품이 국산 세번째 P-CAB 제제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를 통해 국내 1조 3000억원 규모의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올해 4월 허가 받은 자큐보는 8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로부터 조건부 급여를 인정받고, 제일약품이 이를 수용한 이후 공단과 약가 협상이 완료되는 등 속전속결로 급여절차가 진행돼 허가받은 지 6개월 만인 10월부터 급여가 적용됐다.

제일약품은 자큐보의 국내 영업과 마케팅을 위해 동아에스티와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공시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계약기간 3년간 매출 1897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경쟁제품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의 HK이노엔-보령,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의 대웅제약-종근당 조합도 만만치 않은 만큼, 경쟁은 치열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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