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던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연구개발비(R&D) 투자가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의 매출이 두 자릿수로 성장했음에도, 절반 이상이 R&D 투자비를 줄이면서 전체 금액은 소폭 감소했으며, 매출액 대비 R&D 비중도 낮아졌다.
임상시험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동아에스티는 R&D 투자금액이 대폭 확대된 반면, 적자를 벗어나기 위해 수익구조 개편에 나섰던 일동제약은 거의 10분의 1 가까이 감소해 대조를 보였다.
메디팜스투데이가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2024년 분기보고서를 토대로 국내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30개사의 R&D 투자 금액을 살펴본 결과 총 R&D 금액은 6282억원으로, 전년 동기 6433억원 대비 2.3% 감소했다. 금액으로는 150억원이 줄었다.
전체 매출액이 전년 동기 5조 9193억원에서 6조 6815억원으로 12.9% 증가했음에도 R&D 투자비가 감소하면서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전년 10.9%에서 올해 9.4%로 1.5%p 하락했다.
전체 30개 기업 중 R&D 투자금액을 늘린 곳은 14개사로 절반에 못미쳤으며,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줄어든 기업은 23개사로 조사됐다.
가장 많은 R&D비를 투자한 기업은 셀트리온으로 904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전년 1061억원 대비 14.8% 감소한 것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2분기부터 R&D 투자금액을 줄여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한때 30%가 넘던 R&D 투자비중은 12.3%로 낮아졌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도 5.5%p 하락했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877억원, 대웅제약 567억원, 한미약품 466억원, 유한양행 449억원, 동아에스티 380억원, GC녹십자 379억원, SK바이오팜 357억원, 종근당 325억원, HK이노엔 202억원, JW중외제약 165억원, 보령 146억원, 제일약품 120억원, 일양약품 103억원 등 14개사가 100억원 이상을 사용했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을 보면 SK바이오팜이 31.3%로 가장 높았다. 전년 동기 46.6%에서 15.3%p 줄어든 수치다. 이는 R&D 투자금액을 늘렸음에도 매출이 87.5%나 성장했기 때문이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전신 발작으로의 적응증 확장 및 소아·청소년까지 연령 확대 등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그 뒤를 이어 일동제약 24.4%, 대웅제약 16.9%, 일양약품 13.1%, 셀트리온 12.3%, 한미약품 11.5%, GC녹십자 10.6%, 한국유나이티드제약 10.4%, 유한양행 10.1% 등 총 9개사가 매출액의 10% 이상을 R&D에 지출했다. 이는 전년 동기 14개사에 비해 5개사가 줄어든 것이다.
반면 일동제약은 올해 1분기 23억원의 R&D 투자비를 지출해, 집계된 기업 중 가장 적었다. 이는 지난해 276억원 대비 91.6% 감소한 수치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도 전년 동기 18.9%에서 올해 1.5%로 17.4%p나 낮아졌다.
일동제약과 함께 1분기 매출 4000억원을 돌파한 광동제약이 매출액 대비 비중 1%대로 가장 낮았다. 이어 셀트리온제약 3.1%, 안국약품 4.1%, 동화약품과 동국제약 4.2%, 영진약품 4.5% 등이 비교적 낮은 편에 속했다.
R&D 투자금액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동아에스티로, 전년 동기 216억원에서 75.6% 증가한 380억원 기록했다. 전년보다 163억원이 증가했다.
동아에스티는 과민성 방광치료제 DA-8010의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면역항암제 DA-4505는 지난해 11월 국내 임상 1/2a상 IND 승인받았다. 치매치료제 DA-7503도 올해 4월 국내 임상 1상 IND 승인받았다.
일동제약의 뒤를 이어 셀트리온제약 65.4%, 보령 43.3%, 경보제약 28.8%, SK바이오팜 26.0%, 유한양행 25.4%, 일양약품 25.2%, 삼성바이오로직스 24.9%, 대웅제약 11.2% 순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일동제약에 이어 대원제약 -37.8%, GC녹십자 -33.3%, 한독 -28.3%, 광동제약 -23.4%, 휴젤 -22.8%, JW중외제약 -18.5%, 종근당 -15.9%, 한인제약 -15.3%, 셀트리온 -14.8%, 휴온스 -10.4% 등 총 11개사가 비교적 큰 폭으로 줄었다.
휴젤과 환인제약을 제외하고는 모두 분기매출 1000억원 이상의 기업들이다.
한편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2019년 이후 분기마다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대까지 꾸준히 R&D 비용을 늘려왔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 2%대로 R&D 성장이 둔화됐다.
이번 R&D 투자 위축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