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R&D 투자로 인해 해마다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동제약이 인력 감축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임원 20%를 감축하고 차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ERP(Early Retirement Program, 희망퇴직제도)를 실시, 수익 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일동제약그룹은 지난 23일 연구비용 효율화, 파이프라인 조기 라이선스 아웃(L/O) 추진, 품목 구조조정, 임직원 희망퇴직 등을 포함한 쇄신안을 발표했다.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의 임원 20% 이상을 감원하고 남은 임원은 급여 20%를 반납하기로 합의했다. 차장 이상 간부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ERP를 가동, 이번 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일동제약은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8.5% 감소한 1461억원, 영업이익은 적자를 이어갔다. 영업손실액은 전년 동기 94억원에서 148억원으로 늘었다.
일동제약은 지난 2019년 1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2020년 잠깐 66억원의 흑자로 전환했으나, 2021년 -555억원, 2022년 -735억원 등 적자 규모가 늘어났다.
올해 1분기 R&D 투자금액은 2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늘었다. 매출이 감소하면서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중은 16.9%에서 18.9%로 2.0%p 상승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 최고 비중이다.
연도별 R&D 투자비를 보면 2016년 212억원에서 2017년 483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어 2018년 547억원, 2019년 574억원, 2020년 786억원, 2021년 1082억원, 2020년 1251억원으로 꾸준히 확대돼왔다. 7년 새 6배가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R&D 투자 기조로 인해 부채비율은 2021년 300%를 넘으며 정점에 달했으며, 지난해 부채비율은 230%로 다소 낮아졌지만 주요 제약기업 중 최고치를 찍었다.
일동제약은 ▲당뇨병 ▲간 질환 ▲위장관 질환 ▲안과 질환 ▲파킨슨병 등 다양한 분야에 10여 종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그 중 일본 시오나기제약과 공동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인 ‘S-217622(조코바)’의 경우 국내에서 임상 3상을 완료했지만, 일본이 긴급사용승인한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승인받지 못했다. 현재 일반 사용 승인을 위한 심사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일동제약은 최근 수년간 과감한 R&D 투자를 통해 상당수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만큼, 이제 '선택과 집중'에 따른 효율적인 비용 집행으로 가시적 성과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인원 감축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수익성 개선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임직원의 급여를 꼽는다.
2022년 일동제약 직원의 연간급여 총액은 총 1139억원에 달한다. 1인 평균 연봉은 7800만원으로 업계 11위를 차지했다. 직원 수는 1451명으로 전년 대비 57명이 늘었다.
또 지난해 일동제약 미등기 임원 연간급여 총액은 51억원을 기록했다. 미등기 임원 수는 23명으로 1인당 평균 연봉은 2억 2300만원에 달했다.
다국적 제약사의 경우 매각, 합병, 분할 등의 이유로 종종 ERP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노조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반발에 부딪히기도 한다.
국내 제약사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대대적 인력 감축을 하는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이어서, 일동제약의 경영 쇄신안이 얼마큼 효과를 발휘할지 귀추가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