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열 원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상열 원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전 세계적으로 우울증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중증 주요 우울장애의 경우 정신치료와 항우울제 병용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다만 항우울제 처방은 양극성 우울증을 초래할 수 있어, 초기 진단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상열 원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정신약물학회 이사장)는 4일 한국얀센이 '세계 정신건강의 날(10월 10일)'을 기념해 '중증 주요우울장애 치료의 최신 지견'을 주제로 개최한 마스터 클래스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우울증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1990년과 2017년을 비교했을 때 우울증 발생률이 약 50% 증가했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연간 증가율이 벨기움, 가나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 2020년 자살사망자는 2011년에 비해 17% 감소했지만, OECD 회원국 중 30대 이상 자살률은 가장 높다”며 “2013년~2017년 자살사망자의 심리부검을 실시한 결과 우울장애와 정신질환 치료를 한 사람은 2981명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우울증 치료의 목표는 자살을 예방하는 것이다. 특히 우울증이 재발하지 않고 완전히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효율적인 치료는 치료받지 않은 기간(DUI)을 감소시켜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며, 재발방지를 위해 잔류증상이 없는 치료다.

그는 "데이터가 보여준 것은 우울증과 알콜중독자 중 대부분 정신질환이 있었음에도 당시 치료병력이 없었다는 것"이라며 "이 분들이 빨리 치료에 접근할 수 있었다면 자살이나 사망률을 낮출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울증은 항생제를 써서 박멸하는 생물학적 감염병이 아니다"면서 "전 세계 가이드라인은 우리나라처럼 무조건 SSRI 위주로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우울증 치료 가이드라인은 중등도·고도의 우울증은 반드시 항우울제와 정신치료를 병행하고, 항우울제에 부분반응을 보이면 정신치료 시행을 권고한다. 또 경도 우울증은 항우울제보다 정신치료 적용을 권고하고 있다.

치료저항성 우울증은 생화학적 구조가 다른 2개의 우울증치료제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반응하지 않는 우울증을 말한다. 치료저항성 우울증 환자는 주요 우울장애 환자에 비해 병원 이용률이 높고, 자살 위험성도 훨씬 높다.

이상열 교수는 "우울증 치료가 어려운 경우 양극성 우울증을 생각해봐야 한다"며 "항우울제 1개만 사용한 집단의 경우 7년 경과 후 10%가 양극성 우울증으로 전환됐고, 항우울제 2개 이상 사용한 집단은 30%가 양극성 우울증으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현재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주요 우울장애 10명 중 3명을 양극성 우울장애 환자로 판단한다.

이 교수는 "연구를 보면 양극성 우울증 환자들은 처음에 주요 우울장애로 치료를 받았는데 10년이 지나서 대다수 양극성 우울장애로 바뀌었다"면서 "젊은 환자들이 오면 SSRI 제제 처방보다 양극성 우울증인지 신중한 판단이 먼저"라고 말했다.

치료저항성 우울증은 아직까지 치료옵션이 부족해 의학적인 미충족 요구가 큰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이상열 교수는 "파킨슨치료제나 항암제 같은 고가약을 보험등재 해준 것처럼 자살률을 급격하게 낮출 수 있는 우울증치료제도 급여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20~30대 자살률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신장애를 신체장애에 비해 중요성을 낮게 보는 국가의 이해도가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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