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이노베이션이 제약바이오업계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가운데 최근 바이오의약품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협업 사례가 부쩍 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기존 신약개발 주력 제약사뿐 아니라 일반의약품에 강점을 갖고 있는 제약사까지도 세포·유전자치료제, 면역치료제 등 고부가가치 치료제 개발에 목적을 두고 협업을 시도하거나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웅제약은 협업 대상을 확대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신약개발 전문 자회사인 아이엔테라퓨틱스를 통해 지난해 AI업체, 연구소 등과 활발하게 신약개발 공동연구에 나선 대웅제약은 올해도 협약을 이어가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 27일 CAR-NK 세포치료제 개발 바이오벤처인 유씨아이테라퓨틱스와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개발 협약을 맺었다. 회사는 유씨아이테라퓨틱스가 개발하는 CAR-NK면역세포치료제의 비임상/임상 시료 CMO(의약품 전문 생산)를 담당할 예정이다.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와 당뇨병 신약 '이나보글리플로진' 등 신약개발 경험이 풍부한 대웅제약과 유전자 도입 세포치료제 개발 기술을 보유한 유씨아이테라퓨틱스가 협력을 통해 차세대 면역항암 세포치료제인 CAR-NK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2월에는 단백질 분해 신약 연구 플랫폼 기술 기반 바이오텍 인 핀테라퓨틱스와 단백질 분해 기술 신약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를 체결했다. 핀테라퓨틱스는 선정된 타겟에 대한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하고, 대웅제약은 초기 단계의 평가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단백질 분해 신약은 세포 내 단백질 분해 시스템을 활용해 원하는 단백질을 특이적으로 분해시킬 수 있는 신기술 플랫폼으로, 기존 저분자 치료제 대비 선택성과 효력이 증가될 수 있고, 표적이 어려웠던 단백질을 표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국제약은 지난 22일 면역신약개발 바이오기업인 샤페론과 염증성 지환 신약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세계 최초로 염증복합체를 이중으로 억제하는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항염증 효과가 있는 스테로이드 약물과 대표적 항염증 약물인 JAK 억제제를 대체하기 위한 난치성 염증질환 신약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불과 3일 전에는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와 약물전달체-펩타이드 복합체 'DKF-DC101' 공동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특정 약물전달체 기술을 사용해 기존 3세대 면역항암제나 이에 상응하는 치료제 대비 항암효과가 더 우수하고 경제성 측면에서도 개선된 제품 개발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인사돌, 센시아, 치센 등 잘 알려진 일반의약품 위주로 강력한 라인업을 갖춘 반면, 신약이나 전문의약품 부문이 취약한 동국제약으로서는 이례적인 행보다.
동화약품은 지난달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벤처인 심플렉스와 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심플렉스가 고유의 플랫폼을 활용해 최적의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동화약품이 유효물질 및 후보물질의 합성과 검증을 진행해 유망 파이프라인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동화약품 역시 동국제약과 비슷한 경우다. 까스활명수, 판콜, 후시딘 등 다수의 블록버스터 일반의약품을 보유했지만 R&D 파이프라인은 취약하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임상 중단 사례가 잇따라 나오면서 R&D 역량에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국산신약 23호로 개발됐던 퀴놀론계 항생제 '자보란테'는 시장에 출시된 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적응증 확대를 위한 임상은 두 차례나 중단됐다.
뿐만 아니라 허혈성심질환 개량신약 'DW6009', 과민성방광증 신약 'DW2005', 궤양성대장염 신약 'DW2007', 만성 통증치료제 'DW6008' 등 4개 연구과제의 개발이 중단된 바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동화약품은 전반적인 R&D 방향을 새로 설정하고, 이번 협약을 통해 잠재적 경쟁력을 가진 고부가가치 치료제 개발을 위해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SK케미칼은 최근 양자 역학 기술 기반 AI신약 개발 업체인 인세리브로와 협약을 맺고 공동으로 신약 개발을 추진키로 했으며, 현대약품은 AI-양자화학 기반 신약개발 전문기업인 파미노젠과 지난해 체결한 AI 신약개발 협약을 연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