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이노엔이 신경병성통증 치료제인 리리카(성분명 프레가발린) 용도특허 무효화를 위해 10년 간의 끈질긴 소송 끝에 승소를 이끌어냈다.
이로써 제네릭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화이자에 손해배상을 해야했던 입장에서 배상금을 반환받아야할 당위성을 갖게 됐다.
특허심판원은 지난 24일 HK이노엔이 제기한 화이자의 리리카 ‘통증 치료용 이소부틸가바 및 그의 유도체’ 특허 무효심판에서 청구성립 심결을 내렸다.
HK이노엔(구 CJ제일제당)은 지난 2011년 3월 해당 특허에 대해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당시 HK이노엔을 포함해 국내 11개 제약사가 무효심판 소송에 가세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2년 특허심판원은 국내사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했고, 특허법원과 대법원에서도 패소했다.
화이자는 승소를 근거로 이들 국내 제약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국내사들이 그때까지 판매했던 제네릭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이다. 이 소송도 화이자가 승리해 국내사들은 판매액에 따라 손해배상금을 지불하고 마무리됐다.
그러나 HK이노엔은 대법원 판결 하루 전 특허심판원에 추가 무효심판을 제기했다. 특허심판원은 중복 심판청구에 해당한다는 화이자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해당 심판청구를 기각했으나, 특허법원은 중복 청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5월 대법원도 특허법원의 판결과 같은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고 특허심판원으로 사건을 되돌려 보냈다. 그 사이 해당 특허는 2017년 만료됐고 제네릭은 무더기 발매됐다.
특허심판원은 이번 심판에서 리리카의 통증 적응증 특허가 '명세서 기재불비'로 무효라는 HK이노엔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번 심판에서 청구성립 심결을 내렸다. 소송을 제기한지 10년 만에 국내사의 승소로 마무리된 것이다.
명세서 기재불비란 특허권자가 발명의 내용을 상세하고 명확하게 기재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당시 대부분 다른 제약사들이 주장한 '특허의 진보성'과 차이가 있다.
비록 특허만료에 따라 실익은 없지만 다른 제약사들이 모두 특허소송을 포기한 반면, HK이노엔만이 끈질긴 소송 끝에 특허무효 결과를 받아냈다는데 의의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HK이노엔의 승소로 손해배상 판결의 근거가 된 판결이 뒤집히면서 당시 함께 손해배상금을 지불했던 제약사들이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커졌다.
다만 화이자가 향후 방어를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고, 특허무효를 주장한 사안이 세부적으로 다른 만큼 소송에서 승소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HK이노엔은 이번 판결에 대한 화이자의 반응에 따라 향후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