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 문제점’과 ‘소통의 부재’를 지적하며, 의료기관이 잘 알지 못하는 청구방법과 심사기준에 대한 안내 및 홍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의료계와 소통·공감이 원활하게 이뤄졌다면 현재의 ‘심평의학’이라는 오명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향후 심평원과 의료계의 상호협력과 발전을 위해서는 동반자적 입장에서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사평가원은 최근 공식 학술지 ‘HIRA Research’ 창간호(제1권 1호)를 발간했다. 창간호에는 이필수 회장의 ‘심사평가원의 비전과 의료계 상호협력을 위한 제안’ 기고 글이 실렸다.
먼저 이 회장은 심사평가원이 출범 당시와 비교해 양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질적 성장은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심평원의 만족도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심평원은 출범 당시 약 14조 7000억 원이었던 진료비 심사규모가 2020년 약 69조 6000억 원으로 5배 가량이 증가했다.
심사건수 역시 같은 기간 약 4억 3000만 건에서 약 15억 7000만 건으로 4배가량 증가했고, 인력은 1200여 명에서 현재 3600여명으로 3배 가량 증가하는 양적인 성장을 거뒀다.
이 회장은 “심평원이 지난해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고객만족 우수 경영기관으로 선정됐다는 보도를 접한 바 있다”면서 “하지만 또 하나의 고객이자 피심사기관인 의료기관의 입장에서 심평원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은 것은 단순히 심사자와 피심사자의 관계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00년 심평원이 설립 당시 의료계에서는 전문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기대했지만 현재 심사 제도의 문제점과 소통의 부재로 신뢰관계가 무너졌다”면서 “피심사자인 의료기관에 대한 배려도 부족했으며, 심평원의 경직된 역할 설정에 의해 의료기관과의 소통이 부족하게 됐다”고 말했다.
의료계와 심평원은 ▲불명확하고 불합리한 심사기준 ▲심사기준 비공개에 관한 문제 ▲심사자 또는 심사평가원 지원별 심사 차이에 관한 문제 ▲심사조정 사유에 대한 명확한 근거 부족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의료계는 위와 같은 사유로 심평원의 심사기준을 ‘심평의학’이라는 저평가하며, 심사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졌다.
이 회장은 “이는 공정한 심사만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의료기관을 멀리하고 항상 의심의 눈초리로 볼 수밖에 없는 관계 설정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사회적 트렌드인 ‘소통과 공감’이 원활하게 이뤄졌다면 현재의 ‘심평의학’이라는 오명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심사체계 개편 등을 통한 새로운 방식의 도입도 중요하겠지만, 먼저 의료기관에 좀 더 다가서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회장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심평원의 역할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심평원의 역할은 의료기관에서 적정진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 수가 및 기준 등 환경을 조성해주는 지원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긴박한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관련 수가 및 기준 등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단체인 의료계, 특히 대한의사협회를 통한 자문과정을 거쳐야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진료 정보 데이터와 개인정보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며 ‘적정수가-적정급여’ 체계의 건강보험제도가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심평원이 현행 수가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공공의료시스템에 대한 중요성과 정보통신기술, 헬스 테크놀로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심평원의 역할도 심사와 평가의 역할에 국한되지 말고, 국민에게는 정확한 의료정보를 제공하고 의료기관에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