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원격의료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각국가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6개 국가의 현황이 공개된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 11일 발표한 '2020 하반기 글로벌 보건산업 동향 심층조사'에서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한 주요국 원격의료 정책 동향'을 소개하며 미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네덜란드, 헝가리 등 6개국의 대응 전략을 소개했다.
현재 대다수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원격의료 장애요인은 ▲기존 기술에 대한 관성이나 혁신에 대한 ▲저항 보험 급여 지급 이슈 ▲규제 및 데이터 환경 개선 미흡 ▲기술 활용 부진 ▲환자 권한 및 국민 인식 저조 등을 꼽았다.
보고서는 "원격의료 서비스가 시작되면 헬스케어 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될 잠재력은 충분하다"면서도 "시행과 보급에 있어서는 정부, 기술기업, 헬스케어 서비스 공급자들이 장애요인 해소를 위해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美, 메디케어 가입자 원격건강 서비스 접근성 대폭 확대
먼저 미국은 연방정부의 '공공의료긴급사태 선언' 이후 각 주정부가 원격건강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확대를 위해 관련 법과 제도를 새로 도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 의료 수요자들은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CMS)를 통해 지리적 소재에 관계없이 원격 건강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 스마트폰을 통한 원격건강 진료에 대해서도 메디케어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응급실과 원격건강 서비스에서 코로나19 테스트 및 치료 관련 비용분담을 면제해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관련해 美복지부 인권실은 원격의료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제도 일부를 수정했다.
변경된 지침에 따르면 ‘미국 건강보험 이동성 및 책임법(HIPAA)’ 사생활보호 및 보안 규정의 적용을 받는 보험 네트워크 내 보건 서비스 제공자는 일부 원격의료 기술이 HIPAA 규정을 준수하지 않을 지라도 환자들과 의사소통하고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CMS는 지불정책에 유연성을 더하는 임시최종판정을 발표해 보험급여 조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이밖에도 의사수수료 규정과 원격건강 서비스 리스트를 발표하는 한편, 서비스의 일시적 허용 여부를 놓고 여론 수집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개편을 추진 중이다.
각 주정부도 연방정부의 의료긴급사태 선포 이후 원격건강 서비스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법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일례로 아이다호주는 주지사 행정명령을 통해 원격진료 관련 일시적 규제 면제를 항구화했고, 메인주는 MaineCare 프로그램에 포함된 일부 사례관리가 특별 법적 요건 없이 원격건강 서비스를 통해서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제화했다.
中, 의료제공 시스템의 '병목현상' 해결도구로
코로나19 이전 원격진료를 경험한 인구가 24%에 불과했던 중국은 만연했던 의료제공 시스템의 병목현상을 해결할 도구로 원격의료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중국은 등급화된 의료제공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지역보건소(Community Health Center)와 1차 진료기관에서 1차적으로 환자를 접촉하고, 2, 3등급 의료기관이 동 기관의 추천에 따라 특화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런 체계 때문에 의료기관 간 만성적인 불균형은 지속됐고 이를 해소할 방안으로 환자 중심적 디지털 헬스케어 모델이 거론되고 있는 상태다.
중국은 최근에서야 원격의료를 수용하기 시작했는데 2019년 국가의료보장국이 전자의료보험시스템을 출범하면서 인터넷 기반 의료서비스가 의료보험에 포괄되도록 규정한 것이 최초의 시작이 됐다.
이후 중국은 보험증 없이도 병원으로부터 진단 및 처방을 받을 수 있게 됨에 따라 원격의료가 광범위하게 보급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중국 국가건강위원회 역시 각 성정부가 독자적인 온라인 규제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개별 온라인 의료서비스 제공자를 감독 및 규제하도록 하는 한편 인터넷 기반 병원의 시장접근을 가속하는 관련 정책들을 선보였다.
일, 만성질환자 중심 원격 의료 가능
일본은 국내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가 발생한 후 1년이 지난 뒤인 2020년 ‘신형코로나바이러스감영증대책 기본방침(2020.2)’에 근거해 만성질환을 보유한 정기방문환자에 대한 온라인 진료와 처방을 허용했다.
이어 지난해 4월 후생노동성은 코로나19에 대한 한시 긴급 조치로 의사들이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환자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추진할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 한해 초진 환자에 대한 원격의료를 허용한다는 고시문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일본에서 한시적·특례적인 원격의료 행위 활성화를 위한 여건이 마련됐지만 이 같은 상황이 코로나바이러스 판데믹이 정리된 이후에도 지속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는 원격의료를 아우르는 관련 법과 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보고서는 "싱가포르의 경우 다수의 가이드라인 및 규제를 통해 원격의료 관련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1월 보건부는 2022년 말 ‘헬스케어서비스법(Healthcare Services Act)’에 따라 원격의료가 허용(licensed)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원격의료 시에도 대면 진료와 마찬가지의 품질과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자국내 분위기에 따라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싱가포르에서 원격의료 관련 의료과실이나 사고는 없었으며, 이러한 점으로 인해 법적인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면서 "리스크 회피를 위해 원격진료업체는 의료과실 보험을 가입한 등록의를 고용하거나 이들을 대신하여 동 보험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격의료 서비스 이용이 급증하면서 정보통신미디어개발청과 싱가포르기업청은 원격상담 디지털 솔루션 사전 승인의 폭을 확대하고 있다.
초국적 의료기술기업 필립스가 변화를 이끌다
네델란드는 코로나19 사태와 직면하면서 원격의료 관련 관행, 정책 및 여론이 크게 변화하는 계기를 맞았다.
물론 그 중심에는 초국적 의료기술기업 필립스의 역할이 지대했다.
필립스는 네덜란드 보건복지체육부와 에라스무스 의료센터와 공동으로 환자정보 공유를 위한 코로나19 온라인 포털을 구축해 자국내 의료기관 95%가 가입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정부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원격의료 제공 여건을 개선하는 한편, 임시적으로 보험혜택도 확대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정부는 기본적으로 기존 치료에 대비해 디지털 케어의 부가가치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보험 적용까지는 갈길이 멀어 보인다.
보고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 추진과 함께 네덜란드 의료전문가 단체 등이 원격진료 관련 지침을 마련 중"이라면서 "네덜란드일반의협회는 의사-환자 간 비디오 콜 지침을 마련하는 한편 왕립네덜란드의료협회는 의료자문의 온라인 제공, 온라인 의약 처방 및 의료 데이터 처리 등에 관한 추가적 안전조치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공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네덜란드 의료 전문가들은 환자 치료가 데이터 보호에 우선한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와 같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상업적 원격 의사소통 플랫폼 활용을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네덜란드 정부 뿐만 아니라 보건 전문가들 역시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모바일 앱을 다수 개발 중이나 이와 관련된 개인정보보호 논란도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헝가리, 공공 원격진료 서비스 '전자의료서비스영역' 추진
코로나19 발생으로 원격진료에 대한 본격적인 추진을 모색하고 있는 헝가리는 지난해 4월 통신수단을 활용한 의료서비스를 장려하는 원격진료 행정명령을 발표하고 상담 활동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원격 진료의 규정은 △환자의 건강상태에 대한 전문적 판단 △질환의 탐색과 이와 결부된 리스크 △질병 또는 증후군의 특정 △환자의 상태를 더욱 잘 판단하거나 치료를 추진하기 위한 추가 테스트 △치료 관련 효과성의 확인 △환자의 상태 모니터링 및 원격 환자 모니터링, 의사소통 기술 및 기타 정보에 의해 근거한 진단 등으로 명시했다.
현재 헝가리에서는 이 근거를 기준으로 국가비상사태 동안 만성 질환을 가진 안정적 상태의 환자에 대한 전자처방과 원격 의료상담이 가능한 상태다.
한편 헝가리는 앞선 2017년 EU의 지원을 받아 공공 원격진료 서비스 '전자의료서비스영역' 추진 중에 있다.
약 250명의 일반의와 50명의 전공의가 참여할 예정인 공공의료 원격진료 서비스는 현재 시범테스트를 위해 2개 업체로 구성된 콘소시엄을 운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