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간병 급여화가 내년 하반기 시행을 앞두고 제도 설계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간병 급여화가 요양병원 생태계를 전면 재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간병 급여화의 첫 단계로 '의료중심 요양병원'이라는 새로운 종별 개념을 도입하기 위해 전문가 자문단을 출범시켰고, 의료중증도·인력·시설 기준을 갖춘 병원을 중심으로 단계적 급여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선정 기준이 본격 확정되기도 전에 의료계 안팎에서는 "간병 급여화가 요양병원 간 이중구조화를 촉발할 것"이라는 구조적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비수도권·농어촌 요양병원의 대거 탈락 가능성과 그로 인한 지역 간병 공백·환자 이동 등 후폭풍이 전망된다.
지난 14일 보건복지부는 제1차 의료중심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 전문가 자문단 회의를 열고 의료중심 요양병원 선정 기준과 지역 간 접근성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자문단은 의료중심 요양병원 선정 기준으로 의료고도 이상 환자 비율(중증도 기준), 병동·병상·병실 구조, 간병 인력 고용형태와 배치 기준 및 질 관리 체계 등을 핵심 요소로 논의했다.
현장에서는 이러한 기준이 도입될 경우 요양병원의 양극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증도 환자 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고, 간병 인력을 직접 고용하거나 상시 배치해야 하므로 기존 혼합병상 중심 구조에서 '치료 중심' vs '돌봄 중심'으로 재분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현재 국내 요양병원의 상당수는 중등도 환자, 장기입원 노인환자, 치매·재활 환자 등을 동시에 수용하는 혼합형 병상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중심 요양병원 선정 기준의 중증도 환자 비율 기준이 도입되면 요양병원은 자연스럽게 의료중증도 높은 병원(의료중심)과 저중증·돌봄 중심 병원(급여 제외)으로 분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병동·병실 구조 요건, 인력 배치 기준이 강화되면 '치료형 요양병원'과 '돌봄형 요양병원' 구조가 제도적으로 굳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수도권·농어촌 병원 "기준 충족 어려워"…간병 급여 '사각지대' 우려
더불어 간병인력 직접고용 또는 상시 배치, 병상 밀도·병실 구조 기준 충족, 치료 중심 인력인 전문의, 간호인력 등 이러한 기준은 대형·도시권 병원에 유리하고 노후 시설이나 간병·보호자 의존도가 높은 병원에는 치명적이라는 평가다.
자문단은 수도권 외 지역의 간병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 예정이지만 지역 의료계에서는 '기준 미충족 병원 대량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지방 요양병원은 중증도 환자 비율이 낮고, 간병 인력 직접 고용 비율이 낮으며, 노후 구조의 병실이 많아 선정 기준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복지부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시·도에서 예비 지정 제도를 검토하고 있지만 이는 결국 해당 지역에 의료중심 요양병원이 '한 곳도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경우 간병 급여화 시행 초기 지역 간병 공백, 도시권 병원으로 환자 이동, 지방 요양병원 가동률 하락 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수도권 한 요양병원 원장은 "의료중심 요양병원으로 선정되지 못한 병원은 간병 급여 적용 제외, 환자 이동 증가, 병상 가동률 하락, 수익구조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병상 축소 또는 돌봄 중심으로의 전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요양병원 관계자도 "간병 급여화가 병원 간 경쟁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지방 병원들은 최소 수억원 규모의 시설·인력 투자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자문단을 월 1회 이상 정례 운영하고 현장 간담회도 병행해 제도 설계를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이중규 건강보험정책국장은 "간병 급여화를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전문가 조언과 현장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