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비 급여화가 본격 추진되면서 환자·가족의 경제적 부담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6조5000억원을 투입해 중증 환자의 본인 부담률을 30%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건강보험 재정 악화 속에서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간병비 급여화는 환자와 가족이 전액 부담하던 병원 간병비를 건강보험으로 일정 부분 지원하는 제도다. 현재 요양병원 간병비는 월평균 200만~267만원에 달하는데 정부는 이를 환자가 30%만 부담하도록 낮추고 나머지는 건보 재정으로 충당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공청회에서 ''2030년까지 본인부담률을 30%로 낮추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하며 국가 책임을 강조했다. 여당도 "가족이 직장을 포기하는 '간병 파산'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적 개입이 불가피하다"며 제도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200개 병원에서 출발해 2030년까지 500개 병원·10만 병상으로 확대하고, 병실당 간병인을 3조 3교대 체계로 운영하겠다는 로드맵도 제시됐다. 이를 위해 6조5000억원의 건보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야당은 이를 두고 전체 소요 예산과 인력 수급 대책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면 확대는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보장성 강화라는 명분은 공감하지만, 준비 없는 급여화는 결국 국민에게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건보 재정이 이미 적자로 전환됐으며 2028년이면 누적 준비금이 고갈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6조5000억원의 추가 지출은 건보 고갈을 앞당길 뿐이라는 것이다. 입법조사처 역시 "적정보장–적정부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는 제도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의료계는 간병비 부담 완화라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추진 방식에는 강한 우려를 보이고 있다. 특히 건강보험 재정을 통한 직접 지원은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해치고 현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간병비 경감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간병은 의료행위가 아니라 돌봄서비스에 가깝다"며 "국고나 지자체 바우처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일부 요양병원만 지원 대상이 되는 현 제도 설계가 형평성 논란을 불러오고, 중소 요양병원은 운영 악화로 문을 닫아 '요양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간병비 급여화를 가장 절실히 바라는 쪽은 환자와 가족들이다. 환자단체는 "간병비 때문에 가족이 직장을 포기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며 즉각적인 지원을 호소한다. 그러나 동시에 "재정이 흔들려 다른 의료서비스 보장이 줄어든다면 제도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지적한다. 환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제도다.
간병비 급여화는 환자 부담 완화라는 분명한 목표에도 불구하고, 재원 마련·인력 수급·형평성이라는 난제를 안고 있다. 제도 확대 이전에 요양병원 구조 개혁, 간병 인력 공급 대책, 재원 조달의 역할 분담이 먼저 정비돼야 한다. 정치적 성과를 앞세운 성급한 제도 도입은 환자의 혼란과 의료 현장의 불안정만 키울 수 있다. 제도의 목적이 환자 보호에 있다면 먼저 환자가 안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순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