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의 질 확보가 화두가 떠오른 가운데 새로운 평가체계가 도입될지 주목된다. 일선 요양병원계에서는 평가 하위 5%에 대한 강력한 제재로 '사실상 퇴출'이라는 반발을 이어가고 있어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운영실은 최근 '요양병원 입원급여 적정성 평가 방식 및 체계 개선방안' 연구를 발주했다.
평가운영실은 "평가방식 및 평가지표의 객관성과 수용성 확보로 실효성 있는 평가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고 요양병원 의료 질 향상을 통해 국민의 건강증진 및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1~2급 판정 기관 절반에 못 미쳐…생존권 위협 논란도 여전
그동안 요양병원 평가는 주로 인력 확보율, 시설 요건, 서류상 지표 충족 여부 등 '형식적 기준'에 치중해 왔다는 비판이 컸다. 일부 기관에서는 평가 점수를 맞추기 위한 자료 왜곡·지표 조작 논란까지 불거진 바있다.
현재 전국 요양병원은 2022년 기준 전국 요양병원은 약 1300여 개, 입원환자는 4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최근 2주기 적정성 평가에서 1~2급 판정을 받은 기관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수준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연구에는 하위 기관 퇴출 가능성을 내포해 주목된다. 현재도 평가 하위 5% 기관은 수가 가산 제외 등 불이익을 받고 있다. 이를 두고 요양병원계는 사실상 퇴출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평가 결과가 재정 지원 배제·환자 선택 제한·공표 강화로 이어질 경우 질 낮은 요양병원 퇴출이라는 순기능과 동시에 지방 중소병원의 생존권 위협이라는 역효과를 동시에 낳을 수 있다.
요양병원협회 관계자는 "요양병원이 양적으로는 늘어났지만 질적으로는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하위 기관 정리는 불가피하다"면서도 "무작정 퇴출이 아닌 지역 의료 공백 방지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번 개편은 단순한 평가 항목 수정이 아니라 요양병원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탄될 수도 있다"며 "단기 입원 중심에서 벗어나 환자의 회복과 삶의 질을 높이는 재활·돌봄 중심 체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보건당국이 강조하는 '하위 5% 퇴출 압박'이 실제 현장에서 환자와 보호자의 선택권 확대로 이어질지, 아니면 단순히 병원 수익 구조만 압박하게 될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농어촌 지역의 요양병원 공백은 곧 돌봄 공백으로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제도 설계의 정밀성이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