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단순 치료를 넘어 ‘삶의 복귀’를 위한 의료 패러다임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환자가 병원 치료 이후 가정과 지역사회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회복기 재활’이 급성기 중심의 기존 의료체계를 넘어 통합 돌봄의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
대한회복기재활학회는 오는 9월 10일 예정된 ‘2025 추계학술대회’를 앞두고 지난 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재활의 성과는 병원 퇴원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가는 비율’, 즉 재택복귀율로 측정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특히 일본의 회복기 재활 모델을 사례로 들며, 환자 중심 성과지표 기반의 제도 개편 필요성과 국내 회복기 재활의 방향성을 함께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추계학술대회 슬로건은 ‘Con-Re, The Best Way Back Home’(회복기 재활,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입원 환자의 기능 회복뿐 아니라 삶의 질 개선과 지역사회 복귀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회복기 재활의 철학을 담았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연희 초대 회장(명지춘혜재활병원 명예원장)은 “회복기 재활은 단순한 치료를 넘어 환자의 인생 전환점을 책임지는 중요한 시기”라며 “학회는 국내 회복기 재활의 학술적·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고, 세계적 수준의 K-재활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봉식 이사장(아이엠재활병원장)은 “이번 학술대회는 ‘Con-Re(Continuous Recovery)’라는 주제처럼 재활의 연속성과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기능 회복뿐 아니라 환자의 지역사회 복귀를 가능케 하는 통합적 재활모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초고령사회 본격 진입…‘회복기 재활’ 생애 전환기의 핵심 축
2025년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공식 진입했다. 이는 골절, 뇌졸중, 암, 신경계 질환 등 후유장애 질환의 급증을 의미하며, 기능 저하 환자에 대한 집중적 재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급성기 치료 이후 적절한 회복기 재활이 제공되지 않으면 기능 상실과 요양병원 장기입원, 재입원 악순환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 저하와 사회적 부담이 가중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020년 도입된 재활의료기관 지정제도에 따라 약 130여 개소(2025년 기준)의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이 운영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기능회복 중심의 재활을 집중 제공하는 병원을 지정하고 전문 인력과 다학제 진료 체계, 치료계획 수립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지역 불균형 ▲전문 인력 부족 ▲연속 치료체계 미비 ▲성과 기반 수가 및 지표 미정착으로 인한 병원의 질 관리 어려움 등이 과제로 남아있다.
일본 ‘재택복귀율’이 말해주는 제도 성과
특히 이번 간담회에서는 일본의 회복기 재활 제도와의 비교가 화두로 떠올랐다. 일본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회복기 재활병동을 제도화해 재택복귀율(Home Discharge Rate)을 제도의 핵심 성과 지표로 관리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회복기 재활 병동의 재택복귀율이 70% 이상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가산 수가를 적용하며, 이를 위해 퇴원 전 평가, 사회복귀 계획 수립, 가족 교육 등이 체계화돼 있다.
우봉식 이사장은 이와 관련해 “재택복귀율은 단순한 퇴원 비율이 아니라, 환자가 치료를 통해 얼마나 본인의 삶으로 복귀할 수 있었는지를 가늠하는 가장 핵심적이고 의미 있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도 회복기 재활의 효과를 단순한 치료 횟수나 재원일수가 아니라 재택복귀율, 사회참여 회복율 등 실질적인 환자 중심 지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학회는 정기 학술활동 외에도 회복기 재활 교육 프로그램 체계화, 정책 제언 기능 강화, 산업계와의 협력 기반 구축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 이사장은 “의사·치료사·간호사·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직역이 함께 참여하는 다학제 플랫폼으로서 환자 중심의 재활 실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추계학술대회는 초고령사회와 제도 재편이라는 전환점에서 국내 회복기 재활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실천적 해법을 제시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