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특례 기준을 완화해 소외된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삶의 질이 심각하게 저하된 환자의 경우 생물학제제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얀센은 29일 오후 LS용산타워 본사에서 '손발바닥 농포증 및 노출부위 건선 환자의 삶의 질과 최신 지견'을 주제로 마스터클래스를 개최했다.
이날 김병수 부산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선은 크게 농포성 건선과 국소 농포성 건선으로 구분되는데, 손바닥과 발바닥에 고름 물집이 생기는 피부 발진을 일컫는 손발바닥 농포증은 홍반과 수포, 비늘, 각질이 함께 나타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라고 밝혔다.
국내 기준에서 중증 보통 건선으로 분류되지 않으나, 환자의 삶에 많은 영향을 줄수 있어 관심이 필요한 영역에 해당된다.
여기에는 ▲두피, 손톱, 손발바닥, 생식기 주변 등 노출부위 건선환자 ▲DLQI 10점 이상으로 건선이 삶의 질 저하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환자 ▲건선성관절염을 동반해 예후가 좋지 않은 환자 등이 포함된다.
다만 생물학제제를 사용하기 위한 급여기준은 각각 달라 연간 약제비 차이도 상당하다.
예컨대 PASI 6인 노출부위 판상건선 환자와 PASI 12인 손발바닥농포증 환자, PASI 12인 비노출부위 판상건선 환자의 연간 약제비를 비교했을 때 각각 약 1000만원, 약 600만원, 약 100만원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어떤 건선환자가 가장 중증이냐 하는 것은 단순히 면적만을 따져서는 곤란하다. 같은 약을 처방 받아도 6~10배 이상 비싸다"며 "손발바닥 농포증은 노출부위이기 때문에 환자의 삶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김동현 분당차병원 피부과 교수도 "환자들은 노출부위 중 피부병변을 가장 많이 호소한다. 손발바닥은 악수를 하기 때문에 인간관계 등 사회적으로 고립될 가능성도 있다"며 "특히 두피, 손톱 등의 노출부위 건선은 많은 환자에게 나타나지만 치료가 어려운 부위"라고 강조했다.
노출부위 건선 환자들은 활동성, 셀프케어, 일반적인 활동, 통증, 불안·우울의 모든 측면에서 노출부위 건선이 아닌 부위의 건선이 있는 환자 대비해 대체로 낮은 삶의 질을 나타냈다. 또 노출부위 건선의 환자의 경우 수면 장애 또는 가려움증도 비교적 높은 점수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PASI 10 미만의 한국 환자에서 나타나는 노출부위 건선 비율을 보면 두피 50%, 손발바닥 10%, 얼굴 10% 등으로 많은 환자들이 노출부위에 있다"면서 "환자들은 언제까지 다른 약을 써야 생물학제제를 쓸 수 있냐고 묻는다"고 털어놨다.
노출부위 건선은 바르는 외용제에 효과가 부족한 경우가 있으며, 보이는 부위의 특징 상 다른 치료법이 필요하고, 때문에 생물학제제의 허들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대한건선학회는 올해 처음으로 건선치료에 대한 전문가들의 합의 내용을 발간했다. 생물학제제를 두피, 얼굴, 성기, 손발톱 등에 사용할 수 있느냐에 10명 중 9명은 동의했다.
정기헌 경희의료원 피부과 교수도 이같은 의견에 공감했다. 그는 "대부분의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들은 통증 등으로 인한 심각한 삶의 질의 저하를 경험한다"며 "하지만 만성 피부질환이라는 이유로 중증 건선으로 분류돼 치료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중증 건선의 경우 환자의 본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해 개정된 산정특례제도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손발바닥 농포증은 희귀질환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산정특례 적용, 의료비 경감 등 정책적 지원으로부터 소외돼 있다.
얀센의 트렘피어(성분명 구셀쿠맙)은 지난 6월 인터루킨 억제제 중 처음으로 국내에서 손발바닥 농포증에 대한 적응증을 추가했다. 현재 손발바닥 농포증에 급여기준만 마련돼 있고 산정특례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정 교수는 "2022년 기준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는 연간 약 1만명이며, 이 중 2400명은 종합병원 이상에서 치료받고 있다"면서 "낮은 유병률, 높은 질병 부담에도 불구하고 아직 희귀질환으로 등록되지 않아 환자부담금이 높다. 산정특례 기준 완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동현 교수는 "구셀쿠맙은 효과와 안전성에서 만족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약을 중단하는 경우가 있다"며 "2년 넘게 쓰는 환자는 피부가 깨끗해지기 때문에, 이러한 치료의 차이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 병원에서 구셀쿠맙을 사용하고 PPPAGI 75 이상인 환자가 50% 이상이 됐다. 그러나 환자들이 나중에 가격이 저렴해지면 맞으려고 대기 중이다"면서 "판상 건선은 산정특례가 되는데 손발바닥 농포증은 왜 안되는냐고 물어보는 환자가 많아서 안타까웠다"고 했다.
대한건선학회는 보험급여 확대 및 산정특례 지정을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 아시트레틴으로 3개월 치료하고도 효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생물학제제를 쓸 수 있지만, 6월부터 메토트렉세이트나 사이클로스포린과 같은 다른 약제를 사용하고 나서도 효과가 없을 때 생물학제제를 사용할 경우 급여 적용이 가능하다.
지난 3월에는 손발바닥 농포증에 대한 희귀질환 지정 신청을 하고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