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로 인해 일상생활 복귀가 속속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면방식 수행이 어려웠던 임상시험도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한국파마는 지난 16일 철 결핍성 빈혈치료제 '아크루퍼(KP-01)'의 국내 1상 임상시험계획 변경승인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아크루퍼는 한국파마가 2021년 8월 영국 쉴드 테라퓨틱스로부터 도입한 빈혈치료제로, 빈혈여부와 상관없이 철 결핍에 처방될 수 있는 FDA 허가를 받은 전 세계 유일한 제품이다.
한국파마는 2022년 8월 식약처로부터 임상 1상을 승인받아 서울대병원에서 진행해왔다.
이번 임상시험계획 변경 신청은 대상자 모집 지연과 포스트 팬데믹 관련 정책 및 규정의 변화 등에 따라 원활한 시험 진행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회사 측은 "입원 일정 삭제, 해당 일정의 대부분을 외래 방문을 통해 진행하는 것으로 변경함에 따라 기존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기타 검사 및 약동학 채혈 시점을 생략함으로써 이에 따른 평가를 변경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세계적인 추세로 볼 때 효율적인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분산형 임상시험(decentralized clinical trials, DCT)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대규모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이 집중적으로 수행되면서 임상시험 대상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해, 비코로나 약물의 경우 환자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점차 임상설계는 복잡해지고, 전통적인 임상시험 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DCT가 증가했다.
실제 DCT의 경우 의료기관 방문을 줄일 수 있어 시간과 통원 부담에 대한 경감 외에도, 본인 질환이나 신체장애로 정기적 내원이 곤란해 임상시험에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환자의 참여기회를 넓힌다는 점에서 장점으로 꼽힌다.
또한 제약사 입장에서는 피험자 등록기간 단축과 의료기관 당 피험자 수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에 임상시험기간 단축과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법상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지 않아, 미국이나 유럽 등에 비해 DCT가 크게 늘어난 편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 FDA가 지난 5월 코로나19 공중보건위기 종식을 선언하면서 DCT 지침을 발표해 공식화했고, 국내에서도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 등 법 개정을 위한 토대를 만들어가고 있어 엔데믹 이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