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이 '엔데믹(endemic)'으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그 동안 소홀했던 질환 등에 대한 적절한 관리와 함께 새로운 감염병 등장에 대비한 국가간 소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이슈로 부각된 원격의료 등 의료전달 패러다임 변화를 인식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국MSD는 30일 오후 서울스퀘어에서 ‘아태지역 헬스케어 우선순위의 변화 -코로나19로부터 얻은 교훈’을 주제로 2022 아태지역 저널리즘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정기석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를 포함한 4명의 아태지역 보건전문가들이 패널로 참가했다.
홍콩대 리카싱(Li Ka Shing) 의과대학 임상의학부 이반 훙(Ivan Hung) 교수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전염성 질병에 대한 일상적 치료가 중단됐다. 검사 및 진단 서비스 지연으로 암 관리체계가 붕괴됐고, 코로나19 백신을 제외한 다른 예방접종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라며 "코로나19와 무관한 사망을 예방하기 위해 일상적 치료로의 복귀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훙 교수는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준으로 ▲광범위한 오미크론 감염 및 경증 ▲감염 및 높은 예방 접종률로 하이브리드 면역 달성 ▲효과적인 항바이러스 치료 ▲현재 진행되고 있는 2세대 오미크론 백신 임상시험 등을 꼽았다.
그는 "이제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엔데믹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으로 코로나19와 다른 호흡기질환 예방이 중요하다"며 "코로나19-독감 혼합 비강 백신은 감염 중증화 감소뿐만 아니라 전파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정기석 교수는 "WHO 회원국들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이 더 활발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며 원활한 소통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각국별로 병균이나 박테리아, 바이러스 보유 자체가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흔쾌히 제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와 같은 경우에는 정보교환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백신·의약품 재고현황 등도 공유해서 적재적소에 제공하면 좋은데 아시아 국가들은 아직까지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한국은 자체개발 백신이 나와 공급될 예정인데, 향후에는 좀 더 광범위한 백신 개발이 필요하다"며 "겨울이 되면 오미크론을 넘어 오메가 등 다른 변이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최대한 사망률을 낮추고 고위험군을 보호하는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은 3차, 4차까지 백신을 접종한 상황에서 오는 9~10월 경 항체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추가접종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의료 전면 부각
필리핀 종합병원 감염 및 소아 풍토병과 교수겸 소장 안나 리사T. 옹-림(Dr. Anna Lisa T. Ong-Lim) 교수와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소위호크(Saw Swee Hock) 공중보건대학원 부교수 겸 글로벌 건강 프로그램이사는 원격의료를 통한 의료전달체계 변화에 집중했다.
옹림 교수는 "코로나19 전파를 방지하기 위한 1차 수단이 '이동제한'이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동남아 지역이 가장 엄격한 방역조치를 취했다"며 "이러한 제한은 환자들의 대면의료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면역접종도 차질을 빚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세기 동안 보건의료는 시설기반 서비스가 가정방문 진료를 대체, 그리고 팬데믹은 광범위한 원격의료의 길을 열었다"며 "원격의료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핵심구성요소를 식별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일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에 '올드 노멀'에서 '베터 노멀'로 의료전달체계를 진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제레미 림 교수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보건의료전문가의 의학적인 발견이 주류가 되는데 17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 정도로 의료인들은 변화와 혁신에 보수적"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의료는 의료계에서도 수용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원격진료가 대면진료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 한 부분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등장한 원격진료, 민관협력 등 긍정적인 요소들을 앞으로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기석 교수와 이반 훙 교수도 의견을 보탰다. 정 교수는 "아직은 디지털 진단을 꺼려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의료에 대한 가치를 깨닫고 온라인 질병관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훙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접종 인증이나 공공장소 입장을 위한 접종 완료 여부 등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됐다"며 "또한 항바이러스제 처방 확인 등 적절한 질환관리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