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력이 인프라가 충분한 대도시 지역에 편중되는 이유는 그 환경이 제공하는 생활을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방 소도시에 의사 인력 흡수를 기대하며 의대정원 확충 계획을 발표한 정부 정책이 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대안인지 지적하는 대목이다.
대한병원의사협회는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리 의사를 늘려도 의사 인력의 지역 편중 현상은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하면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세세히 설명했다.
병의협은 먼저 의사들이 도시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의사 및 보건의료 인력들이 대도시에 거주하는 이유는 소득의 문제만이 아니고 주거, 교육, 육아, 교통 등 다양한 생활 인프라 때문"이라면서 "혹자들은 대도시 병원들이 고용을 적게 하면, 일자리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의사들이 일자리를 찾아 지방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이어 "대부분의 의사 및 보건의료 인력들은 임금이 적더라도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대부분 지방보다는 대도시 일자리를 선택하게 된다"면서 "의사의 경우에는 봉직 일자리가 없어도 대도시에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병의원 개원을 선택하거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현실을 짚었다.
그러면서 "대도시에 있는 의사들은 어떻게 해서든 도시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고, 지방에 있는 의사들은 경제적 여유가 생기게 되면 보다 나은 생활 인프라를 찾아 대도시로 이동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의대정원을 확대해 의사 수를 더 늘리게 되면, 의사 인력의 지역 편중 현상이 악화되면서 의사 일자리 및 전체 의료 시장의 혼란은 불가피하고 국민 의료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또 "지역의사제와 지방 공공병원 설립 등으로 지방의 의사 일자리 및 의료 시장을 정부가 통제하면, 지방에서 일하는 거의 유일한 장점이었던 경제적 이득이 사라지게 되어 의사들은 지방을 더욱 기피하게 된다"고 강조하면서 "여기에 의한방일원화나 한방의 의과의료기기 사용이 허용되면, 지역에 상관없이 의사들은 넘쳐나는데 정작 필요한 분야의 의사 부족 현상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미용 및 성형으로 대표되는 비급여 의료시장 확대와 한의사들에 의해 만들어질 검증되지 않은 의료 행위의 증가로 인해 의료 공급자들의 출혈 경쟁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이로 인해 공급자 유발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나 국민 의료비는 늘어나지만, 정작 의료의 질이나 국민 건강 수준은 전혀 개선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병의협은 "필수 의료나 지방에서 의료 행위를 하는 의사들은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에 시달려야 하고, 대도시에서 의료 행위를 하는 의사들은 생존을 위해 비정상적 과다 경쟁에 시달려야 하는 왜곡된 의료 현실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런 왜곡된 현실이 의대정원 확대, 의한방일원화, 공공의료 확충 등의 정부 정책으로 인해서 더욱 가속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병의협은 "의료 정책이 문제의 근본 원인에 대한 고찰이나 정책 추진 시에 파생될 부작용 및 파장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추진되고 있다"면서 "정부는 이런 식으로 정책이 추진되면 의도한 방향과는 다른 결과가 도출되어 후유증만 남기고 실패한 정책으로 남게 되며, 정책 실패의 피해는 국민들이 고스란히 입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