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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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마약성 진통제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강력한 진통 효과로 중증 통증 환자에게 필수적인 펜타닐과 모르핀 등 오피오이드 사용량이 국내에서도 꾸준히 늘면서 중독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수술 후 중등도~중증 급성통증에 사용될 국산 신약 '어나프라(성분명 오피란제린인산염)'가 오는 10월 본격 시판을 앞두고 있어 주목된다.

오피오이드 사용 증가, 새로운 대안 절실

오피오이드는 중증 통증 환자 치료에 필수적이지만 중독성과 남용 위험이 크다. 국내에서도 사용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펜타닐 처방 건수는 2018년 약 89만 건에서 2021년 약 149만 건으로 67% 늘었다. 또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9년 사이 인구 1000명당 오피오이드 처방 건수는 347.5건에서 531.3건으로 증가했다.

암성 통증 환자에서는 중독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게 보고되지만 비암성 통증 환자에서의 위험성은 여전히 우려로 지적된다.

비보존제약 개발 국산 신약, 새로운 기전 제시

어나프라는 비보존제약이 약 10여 년간 연구 끝에 자체 개발해 2022년 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은 국내 신약이다. 적응증은 '성인 수술 후 중등도~중증 급성통증 조절 단기요법'이다.

기존 진통제와 달리 글라이신 수송체 2형(GlyT2)과 세로토닌 수용체 2A형(5-HT2A)을 동시에 억제하는 세계 최초(first-in-class) 기전을 갖췄다.

복강경 대장 절제술 환자 284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통증 지표(SPID)를 위약 대비 35% 개선하고 오피오이드 사용량을 30% 줄이는 효과가 확인됐다. 안전성도 위약군과 유사해 새로운 비마약성 옵션으로 가능성을 입증했다.

어나프라는 오피오이드 계열은 아니지만 중추신경계 타깃을 기반으로 진통 효과를 낸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사용 범위가 넓어질 경우 의존성이나 남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한 대학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진통제는 반복 투여 시 계열을 불문하고 의존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단회 투여만 허가된 신약이라도 실제 사용 범위가 확대되면 마약류 재분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구개발과 영업망 결합한 상업화 모델

오는 10월부터 비보존제약과 한국다이이찌산쿄가 공동 판매 계약을 맺고 어나프라의 출격이 시작된다. 비보존제약은 비보존 헬스케어 자회사로서 제품 공급과 유통·판매를 담당한다. 한국다이이찌산쿄는 전국 단위 영업망을 활용해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판로를 확장할 계획이다.

비보존제약은 연구개발 중심 회사로 신약 파이프라인과 임상 역량에 강점을 갖고 있지만 영업·마케팅 인프라는 제한적이다. 반대로 한국다이이찌산쿄는 '나제아(라모세트론)', '탈리제(미로가발린)' 등 마취·통증 제품군과 전문 영업 조직을 이미 보유해왔다.

양사의 협력은 '개발사-영업사' 모델이 국산 신약 상업화에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 비마약성 진통제와 차별성

국내에서도 케토롤락 주사제 등 NSAID 계열 비마약성 진통제가 이미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약물은 위장관 출혈이나 신장 손상 같은 부작용 우려가 크고, 중등도 이상의 수술 후 통증 조절에는 한계가 있다. 어나프라는 기존 NSAID와 달리 새로운 기전을 통해 강력한 통증 조절 효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과 유럽 제약사들이 비마약성 진통제 파이프라인을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지만 상용화된 사례는 드물다. 이 때문에 어나프라의 등장은 국내외적으로 의미 있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어나프라의 시장 안착 여부가 결국 보험 급여 적용 범위, 의료 현장의 실제 처방 반응, 글로벌 확장 전략에 달려 있다고 본다.

의료계 관계자는 "비마약성 진통제는 환자 안전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 절감 차원에서도 필요성이 높다"며 "어나프라가 보험급여와 임상 현장 반응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면 국내 진통제 시장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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