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초고령화 속도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말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의 비율은 20.6%에 달하고, 2070년에는 무려 46.4%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국가암검진제도는 여전히 40~74세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정작 의료적 도움이 절실한 고령층은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효율성과 위험성 문제를 이유로 검진이나 치료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고령층은 각종 질환의 위험 인자가 많은 동시에 암 발생률도 급격히 높아지는 시기여서, 조기 발견이 오히려 가장 절실한 집단이다.

사진=AI 생성이미지.
사진=AI 생성이미지.

새 검사 도구 등장…고령층 검진 공백 메울 해법

국가암검진제도가 위암 조기 발견과 치료 성적 향상에 기여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연령 제한에 묶인 현행 제도는 고령층을 여전히 사각지대에 방치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의료 현장에서 발표된 연구들은 나이가 많아도 수술·검진 효과가 입증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초고령 사회에 걸맞은 새로운 검진 전략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분당서울대병원 김나영·최용훈 교수팀은 최근 내시경 대신 혈액검사만으로 위암 고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혈청 펩시노겐 수치와 헬리코박터 감염 여부를 결합해 위험도를 판별하는 방식으로, 내시경 검사가 부담스러운 고령층을 위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또한 한림대성심병원·동탄성심병원·분당서울대병원 공동 연구팀은 70세 이상 남성을 대상으로 단 한 차례 저선량 CT 검진을 시행해 2.2%에서 폐암을 조기 발견했으며, 이 중 61%가 수술 가능한 초기 단계로 진단됐다. 이는 국가 폐암검진이 74세까지만 지원되는 현행 제도의 한계를 넘어, 고령층으로의 확대 필요성을 보여준다.

무작정 연령 확대 한계…맞춤형 기준 필요

하지만 무조건적인 연령 확대가 해법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의료기술최적화연구사업단(단장 김현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75세 이상 국민의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79세까지는 대장암 발생률이 30% 줄고 위암 사망률이 43% 감소하는 등 검진 효과가 뚜렷했지만, 80세 이상에서는 효과가 급격히 줄었고 81세 이상부터는 사실상 예방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검진 상한 연령을 무조건적인 컷오프 개념으로 볼 것이 아니라, 생리적 기능·동반 질환·기대수명 등 개별 요소를 반영하는 기준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는 고령층의 검진 전략이 단순히 '연령 확대'가 아니라 맞춤형 접근으로 가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치료 기준도 '나이' 아닌 '상태'로

연령별 맞춤 치료 전략의 필요성은 항암치료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고려대 구로병원 강상희 교수팀은 대장암 항암치료제 '옥살리플라틴'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70세 이하 환자에게는 생존율 향상이 나타났지만, 70세 초과 환자에서는 효과가 미미했다. 고령 환자에서 신경독성 부작용으로 치료 지속이 어렵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는 단순 연령이 아니라 환자의 생리적 기능, 동반 질환, 치료 지속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령 컷오프 대신 기능·상태 중심 전환 시급

전문가들은 초고령 사회에 맞춰 국가암검진제도가 단순한 연령 기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나이가 아니라 환자의 건강 상태와 기대수명을 고려해 검진 여부를 판단해야 하며, 고령층을 위한 맞춤형 검진 시스템과 부담이 적은 새로운 검사 도구 도입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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