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보건산업 수출이 역대 반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화장품과 의약품 분야 모두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회복과 수출 체질 개선이 수치로 입증됐다. 바이오의약품과 기초화장품은 각 분야의 성장엔진으로 작동했고,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수출 확대를 기반으로 실적 방어에 성공하며 글로벌 전략의 성과를 드러냈다.
의약품·화장품 수출 나란히 '반기 최대' 기록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6일 발표한 수출 실적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보건산업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2% 증가한 137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분야별로는 화장품 55억1000만달러(14.9%↑), 의약품 53억8000만달러(20.5%↑)로 나란히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의약품 중 바이오의약품의 비중은 63.4%에 달하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4% 증가한 34억1000만달러에 달했다. 특히 미국(41.4%)을 비롯해 독일(66.7%), 스위스(76.9%), 네덜란드(719.8%) 등 주요국에서 고성장세를 나타냈다. 백신류 수출도 수단, 남수단, 콩고 등을 중심으로 53.3% 증가했다.
화장품은 기초화장품 제품류가 전체 수출의 74.6%를 차지하며, 41억1000만달러(14.8%↑)로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을 견인했다. 미국(16.4%), 홍콩(38.0%), 폴란드(133.0%) 등이 성장세를 이끌었고, 색조(17.3%↑), 인체세정용(22.2%↑) 제품도 고르게 수출이 증가했다. 다만, 중국(-8.7%)과 베트남(-20.2%)은 수출 감소세를 보이며 지역 편중 리스크도 드러냈다.
의료기기는 초음파 영상기기와 전기식 기기 등 일부 품목 수출이 증가했으나 임플란트 수출 부진(-21.7%)의 영향으로 전체 수출액은 29억1000만달러로 전년보다 0.6% 줄었다.
수출 드라이브에 실적 회복 뚜렷한 제약사들
보건산업 전반의 수출 회복세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단기 환율 효과나 내수 소비 회복이 아니라, 다년간 준비한 수출 전략이 본격적인 수익으로 연결되며 '실력으로 증명한 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반기 별도 기준으로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4공장 가동률 상승과 대형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위탁생산(CDMO) 계약이 매출에 본격 반영되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하반기에도 장기 계약 물량 반영으로 실적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램시마SC와 유플라이마 등 고부가가치 바이오시밀러가 미국과 유럽에서 고르게 판매되며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유플라이마는 미국 출시 이후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됐고, 유럽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전통 제약사 중에서는 유한양행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2분기 매출 5562억원, 영업이익 456억원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0.1% 급증했다.
폐암 신약 '렉라자'의 수출과 기술료 유입이 주효했다. 대웅제약도 '나보타'의 상반기 누적 매출이 1000억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GC녹십자는 2분기 연결 매출 5003억원, 영업이익 274억원으로 분기 매출 5000억원을 처음 돌파했다. 혈액제제 및 백신류의 수출 증가가 실적을 견인했다.
이처럼 국내 제약사의 상반기 실적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수출 확대'와 '글로벌 파트너십의 실효성'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실적은 단기 호재가 아니라, 바이오의약품과 CDMO, 바이오시밀러 등 전략 영역에 대한 장기 투자가 성과로 이어진 결과"라며 "하반기에는 글로벌 금리 인하 가능성과 빅파마의 오픈이노베이션 확대 기조가 지속되며 기술수출, 대규모 CDMO 수주 등 다양한 모멘텀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 등 대외 변수는 여전히 상존하고 있어 전략적 수출 대응과 리스크 분산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