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임명되자, 의료계, 전공의, 한의계, 약사회, 환자단체 등 다양한 직역이 엇갈린 기대와 요구를 동시에 내놓았다.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한 의료계는 ‘소통 중심 개혁’에 기대감을 표하는 반면, 환자단체와 시민단체 측은 “특혜 없는 복귀”와 “의료공백 방지법 제정” 등 보다 구조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의료계 "소통 기반 정책 전환 기대…의정협의체 시급히 가동해야“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정은경 장관의 임명을 "의료 정상화의 전환점"이라고 평가하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인사청문회에서 언급된 ‘전문가·현장과의 긴밀한 소통’을 높이 평가하며, “의사와 전공의, 의대생이 신뢰할 수 있는 정책 수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진정성 있는 협의 창구 마련이 필요하다”며, ▲필수의료 정책 재검토 ▲수련환경 개선 ▲의료사고 부담 완화 등 세 가지 요구를 전달했다. 이들은 정 장관이 “보건복지부 안에서 실질적인 대화의 틀을 열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하며, “의사 국가고시 정상화와 수련체계 재정립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의료연대본부는 현장의 고질적 문제인 PA(진료보조인력) 운영, 필수의료 불균형 등을 지적하며, “제도 도입은 현장 의견을 반영해 신중히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복지부의 “의료인력 통합관리체계 재구축”에 대해 실질적 개선책을 요구했다.
대한한의사협회도 정은경 장관 임명을 공식 환영했다. 한의협은 “장관이 한의약 발전과 현대 의료기기 활용 등 제도 개편 필요성에 공감한 점에 주목한다”며, 초음파·골밀도기기 등 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포함한 논쟁 종식을 촉구했다.
또한 한의협은 AI 기반 한의 의료서비스, 표준임상진료지침(CPG) 확대, 전통의학의 세계화 등 향후 정책 방향에 있어 “정 장관의 과학적 접근과 포용적 리더십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약사회·건약 “의약품 개혁 과제 명확…일관된 정책 필요”
대한약사회는 “보건의료 전반에 대한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갖춘 정 장관에게 기대가 크다”며, 약국과 의약품 유통 현장 중심 정책 추진을 당부했다.
한편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는 정 장관이 직면한 의약품 정책 과제를 정리하며, “국민 건강 중심의 일관된 개혁 원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약은 ▲유산유도제 도입 ▲제네릭 약가제도 개혁 ▲공공의약품 생산 확대 ▲위기 상황 시 공급안정 체계 구축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며 “특정 이해단체 눈치가 아닌 과학과 공공성을 기준으로 정책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정 장관 임명을 환영하면서도 “전공의 복귀를 전제로 한 특혜 조치는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의료공백이 반복되지 않도록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과 같은 제도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환자기본법 제정 ▲환자정책국 신설 ▲투병지원 플랫폼 구축 등을 장관의 과제로 제시하며, “진짜 환자 중심 개혁은 환자가 실질적으로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은경 장관은 취임사에서 “국민과 의료계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보건의료 개혁을 추진하겠다”며 ▲의정 갈등 해소 ▲필수·공공의료 강화 ▲적정 의료인력 확보 ▲비대면 진료 제도화 ▲보건의료 빅데이터 기반 정밀의료 지원 등 핵심 방향을 제시했다.
정 장관은 또한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를 위해 국민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적시에 제공하고, 수가제도와 재정 관리의 합리화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은경 장관 체제의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복귀 이후의 제도 정비 ▲의료인력 균형 확보 방안 ▲의약품 유통과 공공 생산 체계 개편 ▲한의약-현대의료 통합 논의 ▲환자 중심 거버넌스 구축 등 다층적 과제를 안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장관의 ‘소통’ 의지를 믿고 있는 만큼, 향후 협의체 구성 방식과 실질적 의정 대화의 성과가 새로운 리더십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