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1일부터 시신경척수염(NMOSD) 치료제 로슈의 엔스프링(성분명 사트랄리주맙)의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대폭 완화된다. 

이는 희귀질환 분야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장벽으로 작용해 온 보험 적용의 문턱을 실질적으로 낮춘 정책적 전환점으로, 업계와 의료현장은 물론 환자단체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8일 행정예고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약제) 일부개정고시안’에 따르면 기존 ‘최근 2년간 2회 이상 재발했으며 다른 약제에 반응이 없는 환자’에 대해서만 3차 치료제로서 엔스프링의 급여가 인정됐지만, 개정으로 ‘연 1회 이상 재발한 환자’ 또는 ‘1차 치료 단계부터’ 급여를 인정함으로써 NMOSD 환자의 조기 치료 접근성을 대폭 확대했다. 

새로운 기준 시행으로 고가 생물학적 제제 사용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를 미뤘던 환자들이 조기에 고효율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엔스프링은 연간 본인부담금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고가 약제로 분류돼 왔지만, 급여 적용 시 수백만 원 수준으로 비용이 경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재발을 기다리지 않고 치료를 시작할 수 있게 되면서, 신경 손상과 신체적 후유증을 예방하고 질환 악화를 억제할 수 있는 실질적 임상적 이득이 기대된다.

또한 엔스프링은 자가 피하주사 방식으로 4주 1회 투약이 가능해 복약 순응도와 치료 지속성을 높이는 데 유리하며, 특히 지방 거주자나 고령 환자의 의료 접근성 개선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받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환자의 치료 시기와 접근성을 고려해, 임상 현장의 수요와 환자단체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정”이라며 “앞으로도 희귀질환 중심의 급여 체계를 지속 정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진=제약사 제공 메디팜스투데이 재구성
사진=제약사 제공 메디팜스투데이 재구성

NMOSD 3강 구도 형성하나…시장 판도 변화 본격화

이번 급여기준 개정은 국내 NMOSD 치료제 시장 구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알렉시온의 솔리리스(성분명 에쿨리주맙)가 대표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으나, 정맥주사 방식, 2주 1회 투약 주기, 고가 약가로 인해 환자 접근성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실제로 급여 인정 범위가 협소해 초기 재발 환자에게는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에 반해 엔스프링은 ▲자가 주사 가능성, ▲간편한 투여 주기, ▲급여 기준 완화라는 3박자를 갖추며 의료기관 내 처방 트렌드 변화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상급종합병원은 NMOSD 진료 가이드라인 및 처방 프로토콜 개편을 검토 중이며, 업계에서는 “솔리리스의 단독 지배 체제는 점차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여기에 바이오젠의 업리즈나(성분명 이네불리주맙)가 국내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점도 시장 재편 가능성을 높인다. 업리즈나는 CD19 B세포를 타깃으로 하는 새로운 기전의 정맥주사 약제로, 초기 2회 투여 이후 6개월 간격 유지 투약이라는 복약 간소화 측면에서 강점을 보인다. 업리즈나까지 급여 등재가 완료되면 국내 NMOSD 치료 시장은 솔리리스–엔스프링–업리즈나 3강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엔스프링의 급여 기준 완화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흐름과도 맞물린다. 

NMOSD 치료제 세계 시장은 2023년 기준 약 17억6천만 달러(한화 약 2조3000억 원) 규모이며, 2032년까지 약 35억 달러(4조6000억 원) 수준으로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슈는 2023년 엔스프링으로 약 2억8500만 달러의 글로벌 매출을 기록했으며, 2026년에는 약 4억31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이 예상된다. 국내 시장에서도 이번 급여기준 완화를 기점으로 실처방 증가, 상급종합병원 채택률 상승, 지방거점 병원 확산 등 전반적인 시장 확장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번 고시를 계기로 ▲AQP4 항체 양성 여부, ▲재발 횟수, ▲기존 약제 반응 여부 등을 반영한 세분화된 급여 기준 정비에 착수하며, ▲동일 성분 중복 투약 제한 및 ▲오남용 방지를 위한 모니터링 체계도 병행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환자단체도 이번 개정을 임상·경제적 효과를 반영한 긍정적인 성과로 평가했다. 

환우회 관계자는 “진단 즉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는 변화는 환자 삶에 실제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자가 주사 방식도 생활 속 치료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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