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마음건강심리사 및 마음건강상담사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산하단체의 의견을 종합해 조만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에 공식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은 심리사 및 상담사 국가자격을 신설하고, 심리서비스의 질과 접근성을 강화해 국민 정신건강 증진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의협은 해당 법안이 의료법 등 기존 보건의료 법체계와 충돌하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비의료인에 의료행위 권한…의료법 근간 흔드는 입법”

의협은 해당 법안이 비의료인인 마음건강심리사 및 상담사에게 심리·상담 관련 행위를 독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며, 이는 현행 의료법 체계와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의료법 제2조와 제27조는 의료행위를 의료인만 수행할 수 있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 이번 법안은 심리·상담이라는 의료 행위에 대해 비의료인이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의료법령의 체계와 통일성을 해친다는 주장이다. 특히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등 유사 법령에서도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는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만큼, 이번 법안은 입법체계 전반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의협은 정신건강 분야에서의 빠른 의료 개입이 자살 예방과 중증 정신질환 치료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법안이 정신건강 문제를 ‘비의료적 접근’으로 분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고위험군 대상자가 의료기관이 아닌 심리상담 법인 등으로 유입될 경우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으며, 이는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심리·상담 서비스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서는 새로운 직역 신설보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임상심리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 등 기존 자원과의 연계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성 담보할 교육체계·검증 장치 부족…국민 건강 위협”

더불어 의협은 심리 및 상담을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으로 규정하며, 현재 학부 및 대학원 과정만으로는 충분한 실무 역량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엄격한 수련과 평가를 거쳐 의료법에 근거한 자격을 부여받는 반면, 이번 법안에 따른 자격 체계는 그에 상응하는 교육·수련 기준이 부재하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특히 자격 부여 이전에 학문적 표준화, 교육기관 인증, 수련기관 관리체계 등 제도적 기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무시한 채 자격을 신설할 경우 국민 건강에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현재 활동 중인 정신건강 관련 전문가 집단(임상심리사, 정신건강간호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 등)과의 역할 중복 문제도 제기했다. 새로운 자격 체계가 이들과의 업무영역을 침범하거나 혼재시킬 경우, 의료 현장에서 책임소재 불분명, 서비스 질 저하, 자격체계 혼란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법안에 명시된 ‘심리서비스’, ‘상담서비스’, ‘심리자문’ 등 용어 또한 의료법상 심리치료와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법적 해석 및 집행상의 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마음건강 증진이라는 정책 목표에는 공감하지만, 의료체계를 무시한 새로운 자격체계 도입은 오히려 보건의료계의 혼란과 국민 건강에 대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며 “기존 자원과의 연계 강화가 보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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